9일(현지시간) 터키 일간 사바흐는 지난해 10월 2일 살해된 카슈끄지의 피살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터키 정보당국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이 파일에는 15명으로 구성된 암살단이 살해 및 시신 처리 방법을 논의하는 것부터 살해 과정, 이후 시신 절단 상황까지 담겨있다.
사바흐에 따르면 카슈끄지가 영사관에 도착하기 전 현장 지휘자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렙은 "시신을 가방에 넣는 것이 가능한가" 묻고, 법의학 전문가 무함마드 알투바이지는 "너무 무겁고 키가 커서 안 된다"고 답한다. 이어 알투바이지는 "나는 시신을 절단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내가 시신을 자르면 비닐봉지에 담아 서류가방에 넣고 밖으로 가져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곧이어 카슈끄지가 결혼 관련 서류작업을 위해 영사관에 도착하자 암살요원들은 그를 2층 사무실로 끌고 갔다. 무트렙은 "인터폴 명령이 있었기 때문에 당신을 리야드(사우디 수도)로 데려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카슈끄지는 "나는 기소된 바가 없다. 약혼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며 저항한다.
그러나 무트렙은 내보내달라는 카슈끄지의 요청에 응하는 대신, 아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것을 종용하며 "'나는 이스탄불에 있다. 연락이 닿지 않아도 걱정 말라'와 같은 말을 적으라"고 말한다. 카슈끄지는 "어떻게 영사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나는 아무것도 적지 않겠다"고 거부한다.
이어 암살요원들은 카슈끄지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그를 질식시킨다. 카슈끄지는 "천식이 있어 질식할 것 같다"고 외치지만, 이 말은 그의 마지막 말이 됐다. 녹음파일에는 톱으로 시신을 절단하는 소리까지 담겼다.
사우디 출신 언론인 카슈끄지는 2017년부터 미국에서 거주하며 워싱턴포스트에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는 사우디 왕실을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관련성을 완전히 부인하던 사우디 정부는 터키 정부가 피살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의 존재를 밝힌 후에야 살해는 터키에 파견된 현장 요원의 결정이었다고 말을 바꿨고, 사우디 검찰은 무트렙 등 살해에 연루된 요원 5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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