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직도 많은 오프라인 기업들은 "기술이 좋으면 제품이 팔리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반드시 또 찾아오기 마련이야" "최저가로 승부하면 돼" 등 낡은 사고로 고객을 만족시키려 한다.
항공사, 백화점, 은행 등 대표적인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교육·전략을 담당해 온 CS(고객만족) 전문가인 풀무원푸드앤컬처 CS팀 정지현 박사의 고민도 여기서 출발했다. 오프라인 기업의 전통적인 고객만족 활동은 디지털 시대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고민에서 시작한 연구 성과를 정리해 최근 'CS의 재발견'을 발간한 정 박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시대에는) 고객의 요구와 욕구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고객이 물을 주문하는 것은 요구이고, 물을 찾는 게 갈증이 나서인지 아니면 약을 먹기 위해서인지 등은 욕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여전히 고객만족 활동도 공짜로 뭔가를 제공하거나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미소를 띠며 친절하게 인사하는 것을 최고의 고객만족 서비스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시대 고객은 더 이상 브랜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친절한 직원과 이벤트에 감동받지 않는다. 오히려 모바일 등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에서 만족감을 얻는다. 최근 빠르게 성장한 새벽배송, 개인 맞춤 서비스, 공유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즉 디지털이 구현한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통해 새로운 고객만족이 탄생했다는 설명이다.
정 박사는 "이들이 기술을 통해 고객의 욕구를 해결해 줬다"며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해졌는데,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족을 넘어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에 대해선 인식과 사고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서비스를 하고 모바일 앱을 만들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저 플랫폼 기업, O2O 서비스 기업을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정 박사는 "기존 오프라인 기업들은 한 가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수천 수만 명의 매스고객군이 이용하는 형태로, 공급자 중심 사고로 미소, 친절, 인사, 공짜 등 수많은 고객에게 동일한 만족을 제공하면 됐다"며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고객 한 명에게서 수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 만큼 고객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