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동남아서 부진…"中기업 세계화 어려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9.09.10 16:06

현지화 실패하며 부진…"중국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 고수"

/사진=로이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야심차게 준비한 동남아 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 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에 실패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목표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라자다는 최근 동남아 최대시장 인도네시아에서 업계 4위를 기록했다. 알리바바가 라자다를 인수한 2016년에 라자다는 동남아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였지만 지휘봉이 바뀐 지 3년 만에 4위로 밀려났다. 본거지인 싱가포르에서도 현지업체 샤피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알리바바는 인도에서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인도 모바일결제업체인 페이티엠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성과를 보고 있지만 본업인 전자상거래에서는 아마존과 월마트에 뒤쳐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의 야심찬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알리바바는 2014년 상장한 이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왔다. 특히 중국과 문화·경제적으로 인접한 동남아와 인도에는 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지난해 알리바바의 해외 소매판매 매출은 29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의 66%(369억달러)가 중국 소매판매에서 나오는 것에 비해 초라한 액수다.

WSJ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시장인 중국을 지배한 알리바바가 해외 시장을 점령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다른 중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내 성공 비결을 해외 시장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현지화 전략에 실패하면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IT기업들은 지난 2014년부터 해외 진출을 위해 85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도 중국식 사업 방식을 고수하다가 실패한다고 지적한다. 싱가포르의 사업가 제임스 챈은 "중국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자신의 방식을 강하게 고집하며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면서 "그들은 (중국보다) 작은 시장이 공략하기 더 쉽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지난해 라자다의 주요 임원들 대부분을 본토에서 파견한 중국인으로 교체했다.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 결정권을 쥐게 되면서 라자다의 사업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들은 자체 생산한 물품을 팔아 성공한 라자다를 제 3자도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재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 상인들이 많이 유입됐는데, 상인들이 광고비를 아끼기 위해 어색하게 번역된 글로 물품을 값싸게 파는 모습에 현지인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WSJ는 전했다.

또 지난해에는 베트남의 화장지 시장을 노렸다가 실패했다. 중국에서처럼 화장지를 값싸게 대량으로 판매했지만 목표량의 극히 일부분만 달성하는데 그쳤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시장인 중국과 달리 베트남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그 규모가 작아 절대적인 소비자 수가 적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직적인 직장문화 및 과도한 업무를 현지 노동자들에 요구한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알리바바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알리바바 대변인은 이날 "동남아는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면서 "단기 이익에 집중하는 경쟁자들과 달리 우리는 길게 바라볼 것"이라며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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