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저렴한 캔음식·韓 고급 추석선물…스팸의 두 얼굴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9.09.08 14:42

매년 명절기간 연간매출의 60% 가량 차지… 외신 "한국에서는 스팸이 고급이미지" 분석 이어져

CJ제일제당 스팸 선물세트./사진제공=CJ제일제당
부대찌개에 넣어 먹어도 맛있고, 구워 흰쌀밥에 얹어 김치와 먹어도 맛있고, 김밥에 넣어 먹어도 맛있는 스팸은 한국인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음식이다. 명절선물로도 인기다.

8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스팸은 지난 1월 누적 매출 4조원을 넘겼다. 누적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약 12억개(200g 기준)로 이는 국민 한 명 당 24개의 스팸을 먹은 셈이다. 특히 스팸 선물세트는 명절기간에만 연간 매출의 60% 가량(최근 3개년 평균)을 차지할 정도로 명절선물로 인기다.

◇추석 선물로 인기… "무난한 선물"

소비자들은 스팸이 캔햄으로 보관이 용이하고, 선호도가 갈리지 않는 무난한 선물이라 명절 선물에 제격이라고 밝혔다.

프리랜서 신모씨(29)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어떻게 먹어도 맛있기에 스팸 선물이 들어오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모씨(28)는 "바디샤워나 샴푸 등의 선물은 보통 사용하는 제품이 있으면 취향이 갈리는데, 스팸은 한국인이라면 다들 좋아하기에 큰 고민 없이 선물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이모씨(58)도 "스팸은 무난한 선물인 데다가 보관을 오래할 수 있어 받는 사람이 싫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선물도 할 수 있다"며 "가격도 저렴해 명절선물로 부담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명절에 특히 스팸 선물세트가 인기 있는 이유로 '가성비'와 '실용성'을 꼽았다.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지속됨에 따라 중저가로 합리적이면서 프리미엄 인식이 있고, 실속도 있는 스팸 선물세트 구매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 스팸 선물세트 조립현장./사진제공=CJ제일제당

◇美 '저렴한 햄'→韓 '고급 육류'

사실 외국에서는 한국에서의 스팸 인기를 꽤나 놀라워한다. '저렴한 육류'로 보기 때문이다. 다수 외신들은 한국에서의 스팸 인기를 분석해왔다.

2014년 뉴욕타임스는 '미국인들에겐 저급 식품으로 인식된 스팸이 왜 한국에서 선물로 귀한 대접을 받는지'를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스팸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라며 "스팸이 초창기 미군부대를 통해 들어오면서 부와 영양과 관련있는 것으로 인식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조지 루이스 퍼시픽 대학 사회학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에서 스팸은 코카콜라와 KFC 등을 능가하는 위치에 있고, 특별한 선물로 여겨진다"라고 전했다.

BBC도 2013년 '스팸은 왜 한국에서 고급 음식일까'의 제목으로 한국에서의 스팸 인기를 분석했다. BBC는 "스팸은 한국에서 고급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광고에서 유명한 배우를 사용하며, 스팸 선물을 받는 이들은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SCMP는 지난해 '스팸이 한국 추석에 인기 선물인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SCMP는 "스팸은 1950년대 미군에 의해 한반도에 소개됐는데, 한국 전쟁동안 식량 공급이 부족해 고기가 부족한 상태였다. 일부 한국인들은 미국 군인들로부터 스팸을 공급받았고, 이게 한국에서 '영양과 부'의 상징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모든 한국인이 스팸을 좋아한다" "스팸 세트는 가장 보편적인 선물이다"라며 한국에서의 스팸 인기를 전했다.

◇더해가는 스팸 인기… "한국인 입맛 맞추려 노력"

한국에서의 스팸 인기는 한국인이 즐겨먹는 음식과 궁합이 좋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스팸이 한국의 음식재료로 자리잡은 데는 한국전쟁 당시 유행한 '부대찌개' 영향이 컸다. 미국 주둔지 근처 의정부와 송탄 등의 식당에서 스팸과 미국식 소시지 등을 활용해 김치와 함께 끓이고, 이를 부대찌개라는 음식으로 명명하면서 스팸은 한국 식재료로 거듭났다.
/사진=뉴시스
스팸의 짭조름한 맛은 밥반찬으로도 제격이다. 스팸은 한국인이 자주 먹는 음식인 쌀밥과 김치, 계란프라이 등과 잘 어울린다. CJ제일제당은 이를 활용해 2002년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광고 카피를 선보였고 이후 스팸은 맛있는 밥반찬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인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도 해왔다. CJ제일제당은 국산 스팸에는 국내산 돈육과 양념 부재료 등을 사용하고 짠맛을 줄이는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고급 이미지를 이어가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당초 스팸은 한국이 가난하던 시절 미군에 연줄이 있거나 고위층만 먹을 수 있던 음식이었기에 고급 식재료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한국이 경제발전함에 따라 이런 이미지는 퇴색할 수 있었지만, CJ제일제당은 광고 등을 통해 스팸의 고급 이미지 유지를 위해 노력해왔다. 인기 연예인인 김원희·하정우·이서진·김래원·전소미 등은 모두 스팸 광고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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