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소재·의료기기 강소기업 파버나인 연구소. 수십 대의 기계장비가 자동으로 조립 중인 공장에 하늘색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여고생 20명이 들어섰다.
미완성 상태의 초음파 검사 장비 앞에 선 학생들은 이제훈 파버나인 대표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 대표가 장비 아래쪽으로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르자 기기가 자동으로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팔을 직접 본 학생들 에게서 "와"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장비에 모니터만 달면 병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초음파 검사 기기가 완성된다는 설명에 "우와, 짱" "신기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엑스레이(X-ray) 촬영기기를 살펴본 학생들은 촬영장치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습에 신기해 했다. 이 기기는 키, 체격 등 개개인 신체 특성에 맞춰 자동으로 움직인다. 바로 옆엔 모바일 엑스레이 제품을 가리키며 이 대표가 "영국에서는 사고 발생 시 환자 상태를 바로 확인하기 위해 앰뷸런스에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파버나인을 찾은 학생들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주관, 머니투데이 후원으로 열린 '2019 K-걸스데이(Girls' Day)'에 참여한 서울 덕원여고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미래 과학기술 리더라는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서기 위해 케이걸스데이에 참석했다. 이들은 학교에서 접할 수 없는 살아있는 산업현장 지식을 마치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은 "세계경제포럼이 예측한 대로라면 앞으로 단순한 직업 700만개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 200만개 생길 것"이라며 "여러분 세대에서 다른 친구보다 한발 앞서 준비하면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는데 이공계에 진출할 경우 아주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학년 노현아양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할 지 궁금해했다. 이 대표는 "이공계를 선택하더라도 인문학, 일반 상식 등을 같이 꾸준히 공부해야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석 원장은 "한국은 1~3차 산업혁명 당시 선진국을 뒤쫓아가는 추종자였으나 4차 산업혁명시대에선 선두주자로 활약할 수 있다"며 "산업 흐름이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소프트산업으로 바뀌고 있는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현장을 찾은 건 덕원여고 학생만이 아니다. 지난 5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케이걸스데이행사를 통해 중·고·대학교 여학생 2000명이 전국 100개의 산업현장을 방문했다. 기업들은 최신 장비는 물론 산업현장의 현재, 미래모습을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여성 인재들에서 소상히 공개했다.
케이걸스데이는 독일의 여학생 대상 기술체험 행사인 걸스데이에서 착안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여학생에게 산업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다.
석 원장은 "케이걸스데이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여학생 비율은 매년 증가세"라며 "여학생들이 산업 현장을 체험하고 여성 선배와 대화하며 이공계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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