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평소 수해와 태풍에 취약했던 서울 사당동과 오류동, 자양동 거리와 시장 인근은 야외활동 자제영향으로 평소 주말대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종종 불어온 강풍으로 입간판과 등 자재가 엉켜 넘어졌고 박스가 날아다녔다. 한 발이라도 빨리 거리를 벗어나려는 시민들은 이를 피해 좌우로 뛰었다.
태풍이 오더라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장사를 해야하는 상인의 손도 분주하다. 추석을 일주일여 앞두고 대목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이 태풍 영향권에 드는 낮시간을 지나면 다시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한몫했다.
야외 영업을 할 수 없어 쓸모가 없어진 파라솔은 몇개씩 묶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하고 입간판을 가게 안으로 들여놓은 상인들도 여럿. 바람에 날리는 천막 같은 시설물을 고정하기 위해 무거운 돌을 찾거나 줄을 기둥에 묶어 바람에 대비한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평소 같으면 조금이라도 눈에 띄고 싶어 거리 한 켠을 차지한 과일 같은 가판도 가게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간이 부족한 곳은 비닐로 가판을 덮어 비바람을 피하게 하기도 했다. 명절을 맞아 트럭에 실려 나온 사과와 배도 비닐 안에서 바람을 피하는 신세다.
사당역 인근에서 30년 넘게 채소를 팔았다는 김모씨는 "바람이 많이 불어 파라솔을 바닥에 고정하고 야채를 치워놨다"며 "오후 3시에 태풍이 서울을 지난다고 하니 그때까진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양골목시장에서 어묵 장사를 하는 최모씨(60)는 "장사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바람이 이렇게 강한 건 처음"이라며 "바람이 강하다는 오후 1시까지 장사를 접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전통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변 시장에 대한 관리는 부족한 편"이라며 "가게 주인들이 알아서 대비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인부들은 오전 시간에도 땀에 흠뻑 젖어 전날 오후 시작한 대비작업을 마무리했다. 거푸집을 포함한 장비를 3층에서 1층으로 내리고 날아갈 위험이 있는 자재는 한데 모아 묶어 둔다. 현장에 미처 치우지 못한 장비를 찾아 계단을 오르내리는 이들도 보인다.
공사 현장에서 만난 총무 백모씨(62)는 "태풍 매미가 상륙했을 때 무인타워가 쓰러져 사람이 다칠 뻔했다"며 "어제 오후 2시부터 5명을 투입해 작업을 하는 등 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수도 공사 일용직 정모씨(63)는 "'긴급 대비해달라'는 서울시 전화를 받고 오전 6시30분에 나와 대비 중"이라며 "기상특보 해제까지 유사시 차량통제 등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