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 아베…삼성 통행세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9.09.05 16:44
2년여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땡큐 삼성." 삼성은 곤혹스러웠다. 표현은 감사인사였지만 내용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압박이었기 때문이다. '땡큐 트윗' 6개월 뒤 삼성은 미국 테네시주 가전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삼성을 언급했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를 만난 자리였다. "문제는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이 관세를 내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애플을 돕겠다." 삼성이 깜짝 놀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삼성이 긴장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빈말할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그럴만한 힘도 있다. 삼성이 테네시주 공장을 짓기로 한 뒤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애플 관세' 발언을 두고 삼성에선 진의 파악이 한창이다. 그가 지난 6월 방한했을 때 헬기에서 평택 반도체공장을 보고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는 데서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공장 증설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반도체공장은 가전공장과 투자액 자릿수부터 차원이 다르다. '0'이 2개나 더 붙는다. 국제시장에서 삼성이 당면한 최대 위기가 '트럼프 리스크'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여름부터 삼성을 줄기차게 괴롭히는 '아베 쇼크'도 비슷한 문제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로 포장하고 이해득실을 따지지만 껄끄럽고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리스크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국산화 성과에 만세를 부르는 순간에도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돈뭉치까지 못 본 척할 순 없다.

기업에 정치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남의 집 숟가락'이면서 내 손의 아픈 손가락이다. 누군가 "통행세"라고 했던가. 안방과 집밖에서 잇따라 궁지에 몰린 삼성을 보며 곱씹게 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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