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결정권자 아닌 설계자 돼야"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 2019.09.06 09:51

[인터뷰]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리더를 위한 행동경제학서 '판단과 선택' 발간

3일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호텔에서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김상희 기자
# A에게 10만원을 주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준 돈을 B와 나눠라. 얼마를 줄 것인지는 알아서 정하면 된다. B가 그 액수를 받아들이면 각각 나눈 금액을 갖지만, 만약 거절하면 둘 다 한 푼도 가지지 못 한다"

만약 B가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한다면 A가 1만원만 줘도 받아들여야 한다. 한 푼도 못 가지는 것 보다 1만원을 가지는 것이 실질적인 이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만원을 준다면 B는 자신이 한 푼도 못 가질지언정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 이익만큼 공정함 역시 선택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위 상황은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최후통첩게임' 내용이다. 행동경제학은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전통 경제학과는 달리 심리적인 부분이 개인의 판단과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판단과 선택'을 통해 이제는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리더십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 유권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리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지난 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리더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요 원인은 과신 때문"이라며 "상당수의 리더들은 과거 성공 경험이 자신의 실력이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운이 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리더들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성공에는 운의 영향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할 근거만을 주목하는 '확증편향'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 '사후확신편향' △그동안의 성과가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 믿으며 외부 환경들을 다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통제 착각' △조직원들의 수동적인 동의와 침묵을 자신의 견해를 지지하는 것으로 생각해 독단적 판단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잘못된 합의 효과' 등이 나타나기 쉽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행동경제학에서의 리더십은 리더의 편향적 사고가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리더들은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전체 조직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집단지성을 위한 '의사결정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행동경제학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내고, 이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을 선보이느냐가 비즈니스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의 60~70%가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 기업, 플랫폼 기업으로, 과거에는 기술이 산업을 이끌어 갔는데 요즘은 시장에서의 고객 요구가 산업을 이끈다"며 "성공한 스타트업은 대단한 기술을 보유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해소하고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행동경제학이 점차 중요하게 인식되고는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판단과 선택'도 이러한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리더들이 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보다 옳은 판단과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쓰여졌다.

유 교수는 "'판단과 선택'은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며 "최근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넛지'(넛지는 '슬쩍 찌르다'는 뜻으로, 작은 개입을 통해 사람들의 현명한 선택을 유도하는 것)의 편향성과 활용 전략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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