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돈 못받은 삼촌 보고…'AI 보험설계사' 만든 30대 CEO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9.09.04 03:41

[피플]유승재 페르소나 시스템 대표, 판매시간 줄이고 24시간 보장내용 설명…고3땐 웹에이전시 창업도


내년 1월부터 보험상품을 파는 인공지능(AI) 보험설계사가 등장한다. 국내 최초다. 보험은 원래 설계사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팔 수 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가 혁신사업자를 선정하면서 보험업법 83조 예외적용을 허용해줬다. AI 설계사 아이디어는 30대 청년 CEO(최고경영자)가 냈다. 유승재 페르소나시스템 대표(사진)다.

“우연한 계기였어요. AI 분야에서 유명한 글로벌 회사가 한국말을 학습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봤는데 ‘우리말인데 왜 외국계 회사가?’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웹 기획 10년 경력의 유 대표는 곧바로 AI 분야를 조사해 봤다. 영상, 사운드, 로봇 등 여러 방면에서 외국계 기업이 ‘독주’했으나 ‘대화형 AI’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한국어는 같은 단어라도 어떤 조사를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 외국계 기업이 넘보기 어려웠던 것. 유 대표는 이 분야에 비전이 있다고 판단해 2017년 페르소나 시스템을 창업했다.

3년여 고생 끝에 ‘자연어처리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나중에 영어, 중국, 일본어 AI도 개발했는데 개발 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어의 벽이 높았던 셈이다. 국가표준인증기관(K0RAS) 시험 성적 결과 페르소나시스템 AI의 한국어 인식 평가점수는 인식률과 속도 측면에서 유 대표의 창업을 자극한 모 글로벌 기업을 보기 좋게 앞질렀다. 이미 고등학교 3년 때 ‘웹에이전시’를 창업해 홈페이지 개발사업을 해 봤고 10여간 IT 전문 서비스를 운영했던 유 대표의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유 대표는 대화형 AI를 개발할 때부터 ‘보험’을 염두에 뒀다. 그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공무원 삼촌이 계셨는데 암에 걸려 치료를 받을 때 치료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암보험에 가입했지만 가입 당시 보장내용을 이해 못해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을 못 받는 것을 보고 문제 의식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일부러 수많은 보험상품에 가입해 보면서 가입부터 유지, 청구 단계에서의 개선점을 꼼꼼하게 따져 봤다고 한다.


페르소나시스템은 올해 5월 금융위 혁신사업자로 선정됐다. 내년 1월에는 DB손해보험과 손잡고 AI 설계사를 선보인다. 일단 간단한 암보험부터 판매한다. 전화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터가 15분 내외 상품 판매 시간이 소요된다면 AI는 4~5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24시간 내내 가입자가 원하는 시간에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판매 목표는 연간 1만건 이내다. 40만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했다.

유 대표는 “프리젠테이션(PT)를 하면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감정 노동자’인 설계사들이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AI에 맡기고 심도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적인 관계”라고 설명한다고 한다. 그는 “높은 판매 수당이 나오는 상품 위주로 파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의 의심도 AI 설계사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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