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99%, 고수익 보장' DLS 미끼 뒤의 원금손실의 ‘덫’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9.09.01 08:00

[행동재무학]<278>가격 하락 확률이 거의 없다는 미끼와 고수익 보장이라는 유혹으로 원금비보장 상품 판매

편집자주 |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파생결합증권(DLS)은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만기일까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약정된 수익을 얻는 새로운 기법의 금융상품이다. 그러나 가격이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 전부를 날릴 수 있는 초고위험 원금비보장 상품이다. 기초자산은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 혹은 금리나 원유, 금, 신용, 기타 상품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그중 기초자산을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로 한정한 것을 주가연계증권(ELS)이라고 별도로 부른다.

예컨대 기초자산을 10년물 국채 금리로 DLS를 만들면, 현재 10년물 국채 금리가 1.25%인데 1년 후 금리가 1.00%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 4%를 얻고 1.00%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을 보도록 설계할 수 있다.

DLS가 새로운 금융상품이라고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복잡하거나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된 수익을 얻고 그렇지 못하면 원금손실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초자산이 주가지수인 ELS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겐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DLS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특별한 점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주어진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결국 DLS 투자 결정 여부는 기초자산 가격이 향후 일정한 박스권 내에 머무를 확률에 달려 있다. 그 확률이 높을수록 DLS 투자로 약정된 수익을 거둘 확률이 덩달아 올라가고 반대로 확률이 낮으면(=가격이 박스권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으면) 손실을 볼 위험이 급증한다.

DLS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한 박스권 내에서 횡보할 때다. 만약 상승장 혹은 하락장과 같이 가격이 한 방향으로 박스권을 벗어날 경우엔 필연적으로 원금손실을 보게 된다.

단순 주식·채권 투자(공매도)가 가격이 상승(하락)할 경우에만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면, DLS는 가격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횡보할 때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고안된 상품이다.

DLS를 판매하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상승장이나 하락장뿐만 아니라 횡보장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만들면 새로운 고객 시장을 개척해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어 좋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횡보장에서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기회가 생기니 나쁠 게 없다. 이렇듯 DLS는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의 욕구에 모두 부합하는 기막힌 상품이 아닌가.

그래서 DLS는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가지수와 금리, 상품 등 모든 유형의 기초자산 연계 원금비보장형 DLS(ELS 포함) 발행액은 82조6453억원(1만9363건)에 달했다. 이는 원금손실 위험이 없는 원금보장형 DLB(ELB 포함) 발행액 30조6203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원금비보장형 DLS(ELS 포함)은 초고위험 상품이지만 예상수익률이 원금보장형보다 높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다.

올해에도 상반기까지 원금비보장형 DLS(ELS 포함) 발행액은 51조1079억원(1만815건)으로 원금보장형(12조2118억원)보다 4배 이상 많았다.

투자자들은 판매사로부터 원금손실을 볼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설명을 듣고 예상수익률이 높은 원금비보장 DLS(ELS 포함)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중에는 과거 수차례 DLS(ELS 포함)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과거에 DLS 투자로 손실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DLS는 위험한 조건이 전제된 원금비보장의 '덫'이 내재된 상품이다. 아무리 원금손실 위험이 극히 낮다는 솔깃한 '미끼'를 던지고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유혹'의 손길을 내밀어도 말이다.

예컨대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해 5월 31일 전까지 역사적으로 한 번도 –0.21%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지만, 현재는 –0.71%까지 하락했다. 그야말로 ‘블랙스완’이라고 불리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다. DLS 판매 당시 독일 국채 금리가 -0.21%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확률이 거의 99.99%였다 하더라도 실제로 블랙스완과 같은 사건이 터지고 나면 한순간에 모든 걸 날리게 된다. 이에 따라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원금손실 위험에 직면해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잔액(8월 7일 기준)은 총 8224억원으로 기초자산인 금리가 해당 상품 만기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예상 손실금액이 4558억원(판매잔액의 5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의 경우 판매잔액 1266억원 전체가 이미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태로, 해당 상품 만기까지 금리가 현재 수준에 머무를 경우 예상 손실금액은 1204억원(판매잔액의 95.1%)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은 오는 11월 이전에 전부 만기가 도래한다.

은행과 증권사는 이처럼 위험한 조건이 전제된 원금비보장의 '덫'이 내재된 DLS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일반 개인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판매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S 사태에서도 전체 판매잔액의 89.1%가 개인들에게 판매됐다.

물론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기에 자신있게(?) 판매했겠지만, 그리고 판매할 당시 원금손실 위험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고 고객은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DLS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원천적으로 초고위험 상품을 일반 개인들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어려운 금융지식과 복잡한 금융공학 기법을 아는 금융전문가가 일반 대중에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파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 터질 확률이 금융공학적으로 아무리 낮을지라도 한 번이라도 터지면 끝장나는 거다. 새로운 금융공학 기법으로 멋있게 만들었지만 시한폭탄은 폭탄일뿐이다. 얼마든지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상품을 팔 수 있는데, 굳이 예상수익률을 높여서 원금비보장 DLS를 아무렇지 않게 팔 이유는 없었다.

구조가 복잡해 일반 개인들이 이해하기가 어렵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상품은 기관투자가들끼리 서로 거래하면 된다. 일반 개인들에게 파는 건 너무나 무책임하고 비양심적인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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