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혁명' 주역도 체포... 홍콩 '피의 토요일' 우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정한결 기자 | 2019.08.30 14:33

31일 도심 대규모 시위 예고…앞서 경찰, 시위 주도자 전격 체포
시위대 공항 점거 다시 추진…中 "반중-외부세력 결탁 엄중 경고"

(홍콩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8일(현지시간) 홍콩의 반송환법 시위가 석달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경찰의 성희롱에 항의하는 대규모 미투 집회를 열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콩 시위를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31일 '범죄인 인도 협정'(송환법)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중국과 홍콩 정부가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시위대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홍콩 경찰이 주요 시위 주도자를 전격 체포하면서, 시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번 시위가 심각한 폭력 사태로 번지면 중국 당국이 진압을 위해 무장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위대-경찰, 유혈사태 우려=홍콩 범민주파 연합단체 '민간인권진선(민진)'은 31일 홍콩 도심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집회를 연 뒤,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사무소 청사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이날은 중국 정부가 1997년 영국과 맺은 홍콩 주권반환 협정에 규정된 행정정관 직선제 약속을 어기고 간선제를 확립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또한 다음 달 개학을 앞두고 학생들이 시위에 참가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어서 수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이번 집회와 행진을 모두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초 시위가 시작된 이래 당국이 집회를 불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시위 과정에서 일부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이 불허 이유였다. 홍콩 당국은 사실상 계엄령인 '긴급상황규례조례(긴급법)' 발동도 검토 중이다. 이 조례는 국가가 비상상황에 처했을 때 행정장관이 직권으로 체포나 추방, 압수수색, 재산 몰수, 출판·통신·운수 제한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0일 사설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근본을 흔드는 도전이자 폭도로 규정하고 "중국 정부는 이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최근 두 달여간 홍콩의 반중(反中) 세력과 일부 극렬분자가 송환법 반대를 명분으로 폭력행위를 저지르며 법치와 도덕, 인성의 마지노선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심지어 서방 등 외부세력과 결탁해 기고만장하게 홍콩 독립을 주장하고, 두려움 없이 중앙정부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는데 사태의 위해성과 심각성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특히 "혼란을 조장하는 반중분자들과 외부세력이 결탁해 홍콩을 넘어 중국 본토에까지 '색깔혁명'을 침투시키려는 망상을 품고 있다"면서 "일국양제를 뿌리부터 흔들고 정치·사회적으로 심각한 폐해를 주는 세력에게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30일 홍콩 경찰에 체포된 민주화 시위 주도자 조슈아 웡(왼쪽)과 아그네스 초우. 경찰은 민주파 시민단체 데모시스토를 이끄는 웡과 초우에 지난 6월 21일 완차이경찰서 습격 혐의를 적용했다. /사진=로이터


◇'우산혁명' 주역 등 긴급체포=중국이 관영 언론을 통해 홍콩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위협한 직후 홍콩 당국은 주요 시위 주도자를 전격 체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2014년 '우산혁명' 주역이자 시민단체 데모시스토(Demosisto) 지도부인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초우가 이날 오전 전격 체포돼 센트럴 완차이경찰서로 호송됐다. 특히 웡은 오전 7시30분쯤 출근을 위해 홍콩섬 남부 사우스호라이즌역으로 가다 길가에서 경찰이 동원한 차량에 강제로 태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는 지난 6월 21일 완차이에 있는 경찰본부 습격을 주도한 혐의가 적용됐다.


앞서 29에는 홍콩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 대표가 한 식당에서 친중파로 추정되는 마스크를 쓴 괴한 두 명에게 공격을 당했으며, 위안랑구에서 시위를 주도한 맥스 청 역시 같은 날 4명의 괴한에게 습격을 받았다. 또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민족당 창당 멤버인 앤디 챈도 29일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다 경찰에 끌려갔다.

홍콩의 시민운동가 조셉 챙은 "지난 4~5일 당국이 주요 시민 운동가를 잇달아 체포했다"면서 "오는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 국경절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려는 중국 당국이 (홍콩)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AFP=뉴스1) 송원영 기자 = 16일 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스포츠센터에 중국 군병력 및 장갑차 등 장비가 대기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中 병력 투입 가능성은=홍콩 당국이 주말 시위를 불허하고 주요 시위 주도자를 체포하면서 시위는 한층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홍콩 시위대는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등을 이용해 다음 달 1~2일 란타우섬의 홍콩국제공항으로 모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홍콩을 찾는 외국인을 통해 홍콩 시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항공편 운항을 방해해 정부에 충격을 주자는 것이다. 시위 당일 홍콩국제공항과 도심을 잇는 주요 도로가 막힐 가능성도 있다. 홍콩 당국은 이날 공항 안은 물론 주변 도로에서의 시위를 완전히 금지했다.

이번 주말 시위가 격해지고, 폭력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 중국이 무장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전날 중국 인민해방군은 홍콩 주둔 부대를 교체하고 '주권 수호'를 선언했다. 중국 군 병력 수송용 장갑차와 트럭이 홍콩과 광둥성 선전 접경 지역을 통과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홍콩 사회가 동요했다. 하지만 중국 언론은 "정기적인 병력 교체로 시위 진압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중국은 홍콩에서 10분 거리인 선전에 무장경찰 수천 명을 대기시켜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3. 3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