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반드시 보세!

임현경, 권나연, 김리은 ize 기자 | 2019.08.29 08:15
‘벌새’ 보세
박지후, 김새벽, 이승연, 정인기, 박수연
임현경: 14살 은희(박지후)는 공부보다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조용한 날라리’다. 가부장적인 집은 숨이 막히고, 친구와 애인의 변덕스러운 마음은 고민거리다. 그런 은희에게 눈을 맞추며 가만히 노래를 불러주는 한문 선생님 영지(김새벽)가 나타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면서 1초당 80번 이상 날갯짓을 하는 ‘벌새’처럼, 은희는 가족, 친구, 연인 등 살아가며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게 쉼 없이 애정과 관심을 갈구한다. 그러나 여러 관계들 중 어떤 것은 길게 이어지기도, 또 어떤 것은 완전히 끊어지기도 한다. 나쁜 일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이 함께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상실과 획득을 경험하는 불안정함 속에서, 분명한 것은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은희의 성장사를 한국사회, 나아가 모두의 보편적 경험으로 확장하면서 ‘삶이란 무엇인가’를 다룬다. 영화를 보는 행위가 은희를 지켜보는 ‘관람’이 아니라, 은희와 시공간을 초월해 공존하는 ‘체험’처럼 느껴진다. 어딘가 실재하는 삶의 일부를 옮겨온 듯한 이야기, 찰나의 감정을 담아내는 섬세한 연출, 흡입력 강한 배우들의 연기가 촘촘히 채워져 2시간 18분 동안 지루할 새가 없다.

‘안나’ 마세
샤샤 루스, 루크 에반스

권나연: 전도유망한 여성 안나(사샤 루스)는 절망의 순간 KBG 요원 알렉스(루크 에반스)에게 스카우트되어 비밀요원으로 발탁된다. 그는 국가에 5년만 봉사하면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말에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며 종횡무진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내는 최고의 암살자가 된다. 암살 타겟과 그를 가로막는 인산인해의 장애물들을 혈혈단신으로 능숙하게 쓰러트리는 액션은 속도감 있고 스릴 넘친다. 그러나 여성이 불운한 환경에서 육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착취당한 끝에 홀로 일어서 스스로 세계와 맞설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기르게 된다는 배경이야기는 이미 수도 없이 봐왔던 종류이고, 무엇보다 그 속에서 안나 자신만의 주체성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다지 특별하게 와닿지 않는다. 더불어 산만한 촬영기법과 시간을 넘나드는 교차편집이 몇 번이고 거듭 반복 사용되어 관객들을 지치게 만든다. 실질적으로 안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에게는 비밀스럽고 전문적인 모습 말고는 성격이나 개성이 주어지지 않아 캐릭터들의 교류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동물, 원’ 보세
왕민철
김리은: 동물원의 일상과 현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로, 2019 서울환경영화제 대상작이다. 인간 중심의 사고로 동물들을 전시하는 감옥인 동시에 생존이 어려워진 그들을 보호하는 울타리이기도 한 동물원의 두 모습을 치우침 없이 다룬다.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육사와 수의사들의 일상, 동물원의 현실에 대한 인터뷰, 그리고 동물들의 생태가 균형감 있게 배치되어 지루함이 없다. 경쾌한 음악 속에서 동물과 인간의 교감이 빚어내는 순간들을 비추며 주제의 무게감을 덜어내지만, 결국 도달하는 지점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이다. 동물원 존폐 찬반에 대해 쉽게 답을 정의하지 않는 영화의 건조한 시선은 동물과 인간의 적절한 거리를 정의할 ‘쉼표’의 위치를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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