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23~24일 이사회를 열고 상반기 실적을 확정하면서 하반기 경영여건을 점검했다. 신한금융은 하반기 대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하나금융그룹 등 다른 금융그룹들도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KEB하나은행 소속 하나경영연구소는 하반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경영진에 비상경영을 제안했다.
주요 금융그룹들은 상반기 사상 최대급 이익을 냈지만 하반기에는 안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 미·중 무역 분쟁이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까지 겹쳐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져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16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9%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2%에서 1.8%로 내렸다. 이처럼 주요 해외 IB들은 1%대 성장률을 기정사실화했다.
국내의 경우 금융연구원은 지난 13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낮췄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떨궜다.정부도 같은 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2.7%에서 2.4~2.5%로 0.2%포인트 내렸다. 특히 이들 국내 기관과 정부의 수치는 최근 미국의 단·장기 금리 역전이나 일본의 보복 조치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이를 반영하면 올해 성장률이 2%도 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현재 기준금리는 1.50%. 연내 한번 내리면 역대 최저치인 1.25%까지 내려간다. 한은은 내년초 금리를 한번 더 내린 이후에는 0%대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저금리가 지속되면 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은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하다. 대출금리가 전인미답의 1%대로 떨어지면 이익을 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15일부터 NH농협은행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은행들은 기업대출에 대해서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즉 기업들의 어려움이 불가피하므로 은행은 대출을 조여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한 은행이 이렇게 하면 다른 은행 역시 동시에 대출을 회수해야 하며 일시에 자금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기업부채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며 “한쪽에서 구멍이 나면 연쇄적으로 구멍 나 위기가 커질 수 있어 모든 은행들이 비상경영 체제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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