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 조치는 정당하다’는 논평에서 한미연합훈련을 거론하며 “미국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시작해 전날 종료한 한미연합훈련을 명분으로 잇단 대남 비판과 막말을 쏟아내 왔다. 한미훈련이 끝난 다음 날 이번엔 미국을 타깃으로 비난 발언을 이어간 셈이다.
신문은 “원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관계 개선과 공고한 평화를 이룩하자면 상대방을 자극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며 “(한미) 합동 군사연습은 우리에 대한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고 우리의 평화를 위한 노력에 대한 도전이며 우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긴장이 격화되면 관계가 개선될 수 없고 대결이 고취되고 있는 속에서 건설적인 대화와 진정한 평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도 했다. 신문은 특히 “미국이 합동 군사연습의 강행을 통해 도발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그에 대처해 우리는 국가방위에 필수적인 위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개발, 시험, 배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상대가 칼을 빼들고 덤벼드는데 팔짱을 끼고 앉아 지켜보고만 있을 수야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북미 실무대화 불응과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을 압박한 것이다.
신문은 그러면서도 “힘의 대결을 반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미관계를 개선하고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것은 우리의 일관한 입장”이라고도 했다. 한미훈련과 남측의 국방력 증강을 문제삼으면서도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대미 메시지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 방안 논의를 위해 전날 방한한 비건 대표와 정부 고위 당국자의 연쇄회동을 앞두고 나왔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청사를 찾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예방하고, 22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도 만나 비핵화 등 한반도 정세를 논의한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 좋은 결과를 얻어가길 바란다”며 “우리는 기대만큼 빨리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지는 못했다”라고 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판문점 접촉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북한의 반응을 감안하면 협상 재개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의 연이은 대남·대미 비난의 배경에 북미 실무협상 재개시 체제안전 보장 문제를 집중 제기해 협상을 문턱을 높이려는 전략이 녹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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