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오모씨(51) 얘기다. 그는 뜬금없이 딸에게 미안해졌다고 했다. 조국 딸을 둘러싼 '논란'을 보니 그랬단다. 2주 인턴에 논문 제1저자 등재, 유급 2회에 장학금을 받는 것을 보며 허탈했다고. 누구는 부모 잘 만나 승승장구, 탄탄대로를 걷는데, 아빠가 못나 딸 고생만 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딸을 보며 오씨는 21일 아침 "우리 딸, 잘 다녀오라"는 말 한 마디를 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을 향한 각종 의혹·논란이 점입가경이다. 한영외고 시절 2주 인턴을 한 뒤 논문 제1저자로 등록된 것과 부산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며 6학기 내내 장학금을 받은 것을 두고 조 후보자가 각각 해명을 했지만, 학부모들 박탈감이 쉬이 씻기지 않는 분위기다. 외고→이공계 대학→의전원으로 이어지는 '강남코스'를 밟은 그의 딸을, 그리고 고생하는 자녀를 보며 안쓰럽다고 했다. 조 후보자 딸은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는데, 학부모들은 왜 화가 난 걸까.
박모씨(61)는 대학교 4학년인 아들(26)이 있다. 그의 아들은 부모 부담 줄여주겠다며 '성적 장학금'을 받으려 3년 반 동안 고군분투했고, 실제로 받기도 했다. 한 번은 못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아깝게 놓쳤다"며 고개를 숙였단다. 김씨는 조 후보 딸의 의전원 장학금 논란을 보며 그 때 아들이 생각났다. 그는 "재산이 50억원이 넘는다는데 장학금 12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며 "그게 적법하든 뭐든 간에, 그냥 아들에게 미안하고 속상했다"고 했다.
이모씨(50)는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17)이 있다. 이씨 아들은 고1 때부터 내신을 잘 받아야한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기말고사 때 영어 성적이 잘 못 나왔다고, 며칠간 자책하는 걸 지켜보기도 했다. 이씨는 "외고에 다니며 2주 인턴을 하고,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이 올라가고, 고려대에 입학했다가, 의전원을 갔단다. 소위 '강남코스'라더라"라며 "조 후보자 딸을 보며 아들이 부모 잘 못 만나 고생하는 것 같아 속이 쓰렸다"고 했다.
교육 관련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꿈도 못 꾸는 거라 상대적 박탈감이 큰 거라 설명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논문 저자 문제는 교수를 알아야 하고,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서로 품앗이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일반인들은 꿈도 못 꾸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너희들은 이너 서클 안에서 혜택을 본 것 아니냐는 것에 대한 반감"이라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국이란 사람이 그리 했다고 하니 학부모들 박탈감이 더 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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