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국채 금리 내리자 주가도 미끄럼…S&P 0.8%↓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 2019.08.21 06:20

트럼프 "급여세·자본이득세 인하 검토" 인정…유럽증시, 이탈리아 총리 사임·연정 붕괴에 일제하락


뉴욕증시가 3일간의 랠리를 끝내고 내림세로 돌아섰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경기침체의 전조'로 불리는 장단기 금리역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다.

◇트럼프 "급여세·자본이득세 인하 검토" 인정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73.35포인트(0.66%) 내린 2만5692.4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도 23.14포인트(0.79%) 하락한 2900.51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전일 대비 54.25포인트(0.68%) 내린 7948.56에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아마존) 중에선 애플만 간신히 올랐다.

미 국채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높아졌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1.54%로, 전일 대비 약 6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2년물 금리는 1.51%로 약 3bp 내리는 데 그치면서 장단기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좁혀졌다.

지난 14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12년만에 처음으로 2년물 금리를 밑돌았다. 미 국채의 벤치마크인 10년물과 단기물을 대표하는 2년물의 금리 역전에 글로벌 주식시장은 일제히 급락했었다.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긴 장기물은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낮아졌다면 이는 시장이 미래 투자자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란 점에서 경기침체의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경제학적으로 경기침체는 GDP(국내총생산)가 두 분기 이상 연속으로 역성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날 국채 금리 하락 소식에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등 은행주들은 약세를 보였다. UBS의 아트 캐신 이사는 "뉴욕증시 주가와 미 국채 금리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최근 2주동안 국채 금리가 내려갈 때 주가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되는 급여세(payroll tax)와 자본소득세(capital gain tax)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장세를 뒤집진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급여세 인하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왔고, 자본소득세 인하에도 관심이 있다"며 "현재 백악관이 급여세, 자본소득세 인하 등 다양한 감세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급여세 인하를 보고 싶어한다"며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세 조치를 하든 하지 않든 경기침체 때문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불황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말 경기부양을 위해 법인세 인하 등 총 1조5000억달러(약 18000조원) 규모의 감세를 단행했으나 올들어 감세의 효력이 다 하면서 경기가 둔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부양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라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급여세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백악관은 당일 성명을 통해 "현 시점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뉴욕타임스(NYT)도 백악관이 경기침체에 대비해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세우고 있으며 급여세 인하 관련 백서(white paper)를 제작했다고 전하는 등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앞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NEC(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8일 폭스뉴스에 출연, "우리는 '감세 2.0'(감세정책 2탄)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릭 스콧 상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이 최근 중국에서 받은 관세로 납세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주자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내놨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증시, 이탈리아 총리 사임·연정 붕괴에 일제하락

미중 무역협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 시위 문제와 연계할 뜻을 거듭 확인하면서 한층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홍콩 시위가 톈안먼 광장 사건처럼 폭력으로 끝난다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합의에 도달하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무역협상이 진전되기를 바라고, 홍콩 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발나다"며 "이것이 중국과 미국 모두에게 좋은 결과일 것"이라고 했다.


전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미국이 중국과 무역협상을 하려면 중국이 (홍콩 일국양제)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며 "만약 홍콩에서 폭력적인 사태가 벌어진다면 우리가 (무역)협상을 하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18일 "그들(중국)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무역합의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만약 그게 또 하나의 톈안먼 광장이라면 그건 매우 곤란한 일"이라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의 대규모 시위와 관련, 중국은 홍콩 인근 선전에 병력을 집결시키며 무력진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떨어졌다.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총리의 사퇴로 붕괴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을 짓눌렀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 거래일보다 2.56포인트(0.68%) 내린 371.30에 거래를 마쳤다.

이탈리아 FTSE MIB지수가 230.06포인트(1.11%) 떨어진 2만485.43에 마감하며 범유럽 지수에 부담을 줬다.

독일 DAX 지수는 64.19포인트(0.55%) 내린 1만1651.18, 프랑스 CAC 40 지수도 26.92포인트(0.50%) 하락한 5344.64을 기록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64.65포인트(0.90%) 떨어진 7125.00에 마감했다.

이날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이탈리아의 '극우 포퓰리즘' 연정은 출범 14개월 만에 파산을 맞게 됐다. 콘테 총리는 극우정당 '동맹'과 반체제정당인 '오성운동'이 연정을 위해 합의 낙점한 인물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이날 로마의 상원 의사당에서 연설을 통해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며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찾아가 사임의 뜻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콘테 총리의 사의를 수락했다.

이날 콘테 총리는 '동맹'의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연정을 붕괴시키고 경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비난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 8일 콘테 총리와 회동한 뒤 성명을 통해 "수개월간 내부 갈등 끝에 집권 연대가 결렬됐다.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은 새로운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며 연립정부의 한 축인 '오성운동'과의 연정 해체와 조기 총선을 공식화했다.

콘테 총리의 사임에 따라 마타렐라 대통령은 정당들과의 협의를 통해 새로운 연정 구성을 시도한다. 만약 새로운 연정 구성에 실패한다면 마타렐라 대통령은 예정보다 3년 6개월 앞서 의회를 해산해야 한다. 빠르면 가을에 총선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국제유가는 소폭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3센트(0.2%) 오른 56.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10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밤 10시1분 현재 35센트(0.59%) 상승한 60.0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화는 약세였다. 이날 오후 5시3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19% 내린 98.16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올랐다. 같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은 전장 대비 0.38% 상승한 온스당 1517.30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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