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인 일탈"이라던 애경, '피해자 사찰' 윗선에 보고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 2019.08.20 15:34

피해자 대면 업무하던 차장급 직원…특조위‧피해자 단체 "수사의뢰 검토"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사건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2016년 5월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인 애경산업이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 사찰'을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앞서 애경은 직원의 개인 행위라고 선을 그었지만 기업 간부들에게 피해자 사찰 내용이 보고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애경산업 본사를 실지조사한 결과, 차장급 직원 장모씨가 피해자 온라인 모임방의 동향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특조위와 피해자모임은 애경의 조직적인 사찰 정황이 포착된 만큼 수사 의뢰와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달 27~28일 열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청문회에서도 조직적 사찰 지시가 있었는지 캐물을 예정이다.

특조위에 따르면 장씨는 온라인에서 피해자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캡처하거나 정리해 상무·전무 등이 포함된 업무용 단체대화방에 보고했다. 특히 애경 제품을 단독 사용한 피해자 동향이나 1인 시위 계획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특조위 관계자는 "실지조사 때 애경 본사 컴퓨터와 전산망에서 장씨가 상부에 사찰 내용을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장씨 본인으로부터 온라인 모임방 동향을 파악해 윗선에 보고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애경이 직원의 개인행동이라고 해명한 부분과 전혀 상반된 내용이다. 애경은 지난달 피해자 사찰 의혹에 대해 "장씨의 개인적인 행동"이라며 "회사는 장씨에게 피해자들의 활동에 대해 보고받은 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자들은 애경 측과 합의를 벌이는 실무진인 장씨와 간부들의 사찰 소식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한 가습기넷 회원은 "얼굴을 보고 직접 고통을 다 들어놓고도 '피해 아동 부모'라고 속여 사찰했다"며 "애경의 기만행위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애경 관계자는 "특조위로부터 조사 결과를 전해 받은 바 없다"며 "밝힐 만한 입장이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피해자모임인 가습기넷에 따르면 장씨는 올해 1월 7일 단체방에 익명으로 들어왔다. 올해 5월 단체방이 실명제로 전환된 뒤에도 자신을 '자녀 피해자'라고 속인 뒤 지속적으로 사찰행위를 해왔다. 이후 한 회원이 명함에 적힌 애경 직원 이름과 장씨의 이름이 같은 것을 알아차리자 올해 6월27일쯤 탈퇴했다.

애경산업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파란하늘 맑은가습기'(SK제조)를 약 8만 개 판매했고, 이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메이트'(SK케미칼 원료물질 공급) 약 160만 개를 판매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등록된 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현재까지 모두 1416명이다. 애경은 기업분담금과 정부출연금으로 조성하는 특별구제계정에는 분담금을 냈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 절차는 밟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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