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률 89.5%' 경주 방폐장, 님비 넘은 성공비결은?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 2019.08.21 05:00

[에너지 시프트, Newclear 시대-⑩]주민투표제 도입·절차적 투명성 확보·소통 노력으로 신뢰 회복…국가 갈등과제 성공적 해결 사례

편집자주 | 2017년 6월19일 0시. 국내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1호기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말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이 원자력(Nuclear)에서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Newclear)로 40년 만에 첫 전환한 순간이다. 눈 앞에 다가온 'Newclear 에너지 시대' 과제를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본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처분시설 부지 선정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마련하는 문제는 1983년 첫 논의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36년을 표류해 온 대표적 국가 갈등과제다. 1990년 안면도 사태와 1995년 굴업도 사태, 2003년 부안 사태 등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진 갈등을 겪은 끝에 대표적 ‘님비(NYMBY,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는 기피현상)’ 문제로 전락했다.

하지만 갈등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바로 경북 경주 양북면에 위치한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이다. 정부가 사회적 민감도를 고려해 방폐물 정책을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구분해 투트랙으로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며 성공한 정책이다. 성공 뒤에는 적극적인 정책 소통이 자리잡고 있는데 표류하는 고준위 방폐장 문제에도 시사점을 준다.

정부가 방폐물 관리 정책을 분리 추진한 것은 2004년 12월이다. 당시 노무현정부는 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정책 결정을 무작정 미루기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정책은 먼저 추진하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중·저준위 방폐장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중·저준위 방폐장 사업이 성공한다면 고준위 방폐장 사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모을 수 있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핵심은 투명성과 소통 강화였다. 혐오·기피시설 입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민 수용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방의회 동의를 받아야 유치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최종 부지는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만들었다.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한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부지적합성 조사 등 모든 절차를 철저히 감독하도록 했다. 수차례 설명회와 토론회를 열어 방폐장의 필요성과 안전성 등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등 주민 소통도 강화했다.

그간의 깜깜이식 지원에서 벗어나 보상 내용과 범위, 절차를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지역 지원을 '말 뿐인 약속'이 아니라 법으로 못 박아 정부에 대한 불신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2005년 특별지원금 3000억원과 반입수수료 연평균 85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2005년 8월 유치지역 공모를 진행한 결과 △경북 경주 △전북 군산 △경북 영덕 △경북 포항 4곳이 유치 신청하고 경쟁에 나섰다. 같은 해 11월 주민투표를 거쳐 찬성률이 89.5%로 가장 높았던 경주가 최종 선정됐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은 2008년 8월 착공, 2014년 6월 준공돼 2015년 7월 운영을 시작했다. 국민 소통을 강화한 정부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을 맡아 실무를 총괄한 조 석 경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안면도, 부안 등 과거 실패 요인을 살펴보며 원점에서 출발했다”면서 “주민투표제 도입과 함께 방폐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주민들에 공개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게 주효했다”고 경주 방폐장 사업 성공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재검토를 진행 중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수립에도 시사점을 준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주 방폐장은 부지 선정의 최종 선택권을 정부가 갖지 않고 주민에게 넘겨줬다는 점에서 그 이전과 차이가 있다”며 “공정하게 민의를 수용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 성공 비결인 만큼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