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뒷조사를 하면서 국가정보원 자금을 해외 정보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국정원에서 받은 돈을 해외 정보원에게 전달한 점은 인정됐지만 기소된 혐의인 '국고손실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회계관계직원 책임에 관한 법률상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돈을 박 전 차장에게 전달하도록 한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기때문에 국정원장에겐 '국고손실죄'가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박 전 차장이 국정원장과 공모관계에 있었더라도 국고손실혐의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아울러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한정한 정보만을 가지고 수동적으로 임해 내부 국정원 의사결정에 박 전 차장은 관여할 수 없는 외부자 지위에 있었다"며 "비자금 추적 지시를 받은 뒤에도 해외 공작원에게 주는 자금이 어떻게 조성됐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차장은 국정원과 국세청의 상급자들의 공모하에 이뤄진 국정원 자금 전달에 단순 관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국세청 국제조세 관리관이었던 박 전 차장은 이현동 전 국세청 차장의 지시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해외 비자금 의혹 뒷조사에 개입하게 됐다. 국정원이 비자금 추적을 위해 불법적으로 투입한 국고 4억1500만원과 4만7000달러를 해외 정보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6월 박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앞서 박 전 차장에게 국정원 협조를 지시한 이현동 전 국세청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8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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