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고 냉방영업, 전세계에 한국뿐"

머니투데이 사회=양영권 경제부장, 정리=유영호 권혜민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 2019.08.16 05:10

[전문가 정책 좌담]도시열섬 현상으로 '폭염 재난' 더 악화… 국민 눈높이서 사회적 공감 이뤄야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도시열섬 현상 완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 제고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도시열섬 현상 완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 제고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문 열고 냉방영업, 이대로 괜찮은가

◆사회: 양영권 머니투데이 경제부장

◆참석자(가나다순)
△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서동현 충북대 건축공학 교수
△조가영 서울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도시열섬 현상 완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 제고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여름철 전국적 폭염이 반복되면서 '무더위=재난'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온열질환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일상화된 폭염에 대비하는 일은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됐다. 고층 건물이 많고 녹지는 적은 도심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는 '열섬 현상' 때문이다. 이 현상을 악화하는 원인 중 하나로 '문 열고 냉방영업', '개문냉방' 행태가 꼽힌다.

폭염 피해 예방과 효율적 에너지 사용을 위해 여름철 대표적 에너지 낭비 사례인 개문냉방을 근절하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머니투데이가 14일 서울 청계천로 본사에서 한국에너지공단과 함께 전문가 좌담을 열고 고질적인 ‘문열고 냉방영업’ 행태를 뿌리 뽑고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사회= 전 지구적으로 폭염이 심각하다. 최근 국내외 폭염 발생 현황은 어떠한가. 여름철 전력수급 상황과 서민경제,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도시열섬 현상 완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 제고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이하 김 이사장)= 여름철 전력피크를 보면 산업용 수요가 46%를 차지하고, 일반용 31%, 주택용 16% 수준이다. 하지만 냉방수요는 일반용, 주택용이 전체의 80%다. 폭염이 길어져 냉방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에어컨 판매 대수는 지난해보다 10% 많은 280만대로 추정된다. 올해 전력수급에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13일 예비율이 6.7%까지 떨어졌다. 기업이 휴가 후 조업에 복귀한 데다 날이 더워진 게 원인이다. 피크 관리가 안되면 발전소를 더 많이 지어야 하고 각종 사회적 비용도 커진다. 공단이 '문 닫고 냉방영업'을 비롯해 하절기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이하 홍 사무총장)= 2003년 유럽에서 폭염으로 7만명이 사망했다. 올해 6월에는 프랑스 남부에서 최고기록이 45.9도, 거의 사막 열기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도 지난해 111년 만에 최악 폭염을 경험했다. 이상 폭염은 전세계적 현상이고, 우리도 자유로울 수 없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이 늘어난 게 최근 기후변화의 원인이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상기후가 본격화하고 있다.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도시열섬 현상 완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 제고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조가영 서울기술연구원 박사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조가영 서울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이하 조 연구원)= 온열질환자는 2015년 1056명에서 2016년 2125명, 2017년 4526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하면서 정부도 현재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염으로 당장 더위 관련 산업 매출은 늘겠지만 이상 고온이 장기화하면 노동생산성과 농업생산성이 낮아지고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노년층, 저소득층이 온도 상승에 취약하고, 열섬효과 탓에 도시 거주자가 더 위험에 처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회= 특히 도시에서 발생하는 '열섬현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도시열섬은 무엇이고, 각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서동현 충북대 건축공학 교수(이하 서 교수)= 도시가 더 더워지는 현상이 도시열섬이다. 도시에서 발생한 인공열과 대기오염 물질로 도시상공 기온이 주변지역 보다 2∼5도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도시는 공장, 자동차, 건물 냉방 등에 사용된 열이 많이 방출된다. 아스팔트⋅콘크리트 등 인공구조물은 열의 소통을 방해하고 냉각 효과를 일으킬 녹지, 하천 등은 적어 열이 도심에 축적된다. 외국에서는 일본, 미국 등 도시화가 빨랐던 국가를 중심으로 열섬현상에 대한 연구성과가 고도화됐다. 이미 19세기 파리, 런던에서 도시화에 따른 열섬현상에 대한 관측이 시작됐다. 반면 한국은 연구 자체도 적고 대부분이 현상과 원인분석 위주다. 정부 차원에서도 도시 차원에서 문제를 직접 다루는 정책은 제시하지 못했

다.

▶조 박사= 미국에서는 건물지붕을 도시 열섬현상의 큰 원인으로 보고 식물로 지붕을 꾸미는 그린루프(Green Roof)와 흰색 차열 페인트를 칠하는 쿨루프(Cool Roof)를 장려해 왔다. 재정지원 뿐만 아니라 건축법으로 규제하고 인증제도를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영국은 도시계획과 연계해 도시열섬활동구역에 녹색공간을 10% 이상 확보하도록 하고, 바람길 조성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독일은 버려진 공터 등에 도시농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스페인에서는 지붕에서 에어컨 활용시 버려진 물로 수경재배를 하는 버스인 '피토키네틱'을 운영하는 등 각국은 도시 열섬을 막기 위한 각종 방안을 강구 중이다.

-사회= 열섬현상이 냉방수요와 에너지 소비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도시열섬 현상 완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 제고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서동현 충북대학교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서 교수=도시 온도가 상승할 수록 전력사용량은 증가한다. 미국 환경청(EPA) 발표에 따르면 외기온도가 1도 오르면 전력소비량은 약 2.5%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에서 에너지 소비의 약 5~10%는 도시열섬으로 인해 추가로 사용된 양으로 추정됐다. 일본에서는 외기온도 1도가 오르면 피크수요가 오사카는 60만킬로와트(kW), 도쿄는 160만kW 늘어난다는 분석이 있었다. 국내의 경우 열섬효과로 서울시 전력소비량이 약 27만킬로와트시(kWh) 증가했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이는 지난해 8월 서울시 전체 건물사용량의 5.2% 수준이다.

-사회= '문열고 냉방 영업' 행태 현황은 어떠한가. 문 닫고 냉방으로 전환하면 에너지절약 효과는 얼마나 되나.

▶김 이사장= 문 열고 냉방에 과태료를 매기던 2015년에는 위반율이 0.9%, 2016년에는 1.3%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홍보 활동을 진행 중인데, 위반율이 2017년 11%, 지난해 6.8% 수준으로 상승했다. 호객에 좋다는 생각 때문에 문 열고 냉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문 닫고 냉방을 하면 문을 열었을 때보다 냉방전력을 66% 절감할 수 있다. 주요상권 18곳 2000여개소 상가에서 '문닫고 냉방'에 참여한다면 연간 전력 300만kWh가 절약된다. 문 열고 냉방으로 쓰인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열섬효과를 다시 유발한다. 그러면 냉방을 더 해야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개문냉방'은 한국에서만 만연한 영업행태다. 이런 어리석은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정부로서는 에너지절약과 기후대응을 위해 어떻게든 이를 막아야 한다.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도시열섬 현상 완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 제고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홍 사무총장= 2012년 5개 시민단체가 절전캠페인시민단체협의회를 구성해 매년 전력피크시기에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하고 있다. 올 여름도 전국 17개 시도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지난주 노원구와 홍대입구 상점가에 현장 점검을 나갔는데,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열고 냉방영업을 하고 있었다. 옆 가게에서 문을 닫으면 우리도 닫겠다는 답이 대부분이었다. 지난달 전국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젊은 층일 수록 '문 열고 냉방'에 대해 상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문 열고 냉방을 하는 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했다는 응답은 20% 미만에 그쳤다.

-사회= 도시 열섬현상 완화를 위해선 상인들의 '문 닫고 냉방' 참여가 필요하다. 어떻게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까.

▶조 박사= 소비자들은 경제적으로 직접 체감을 할 수 있어야 움직인다. 상가건물에 스마트계량기(AMI) 보급을 통해 각 상점이 쓰는 정확한 전력 사용량과 요금 정보를 제공하면 문 열고 냉방 행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서 교수= 정부 정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시민이 쉽게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행동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현재 문 열고 냉방과 관련해 상가 전력 사용량이나 실내 온도 등 실태조사 자료가 거의 없다. 체계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시민에 맞는 언어로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 사무총장=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시민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모든 활동에 있어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효율에 대한 생각을 고려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김 이사장= 문 열고 냉방영업은 에너지효율화를 담당하는 기관 입장에서 가장 나쁜 케이스다. 전세계 유례 없이 어리석은 에너지 낭비 사례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다른 측면의 효율화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반드시 없애야 한다. 이제는 과거의 '계몽'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우선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절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과거 '한등 끄기 운동'은 책임감 있는 시민의식의 발로였다. 이번 '문 닫고 냉방하기'도 규제 수단보다는 자발적인 시민 문화 운동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하루이틀 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정부, 시민단체와 잘 소통해서 문 닫고 냉방영업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 분위기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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