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보고서 '비적정' 60% 급증...무더기 상폐 우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19.08.16 03:27

웅진에너지, 코오롱생명과학 등 비적정…관리종목 지정 후 부실여부 따라 상폐 결정

@머니투데이 이승현 디자인기자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도 전년 대비 2배 늘었다. 외부 회계감사법 강화로 회계감사가 한층 깐깐해진 영향이다.

반기보고서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부실기업은 상장폐지 대상까지 될 수 있어 무더기 상장폐지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의 반기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지난 14일까지 반기보고서에서 감사의견 비적정(부적정·의견 거절·한정)을 받았다고 공시한 곳은 34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1곳보다 약 62% 늘어난 수준이다.

코스닥에서는 28곳이 비적정 의견을 받아 지난해 19곳보다 약 47% 늘었고 코스피에서는 지난해 2곳에서 올해 6곳으로 대거 증가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번 반기보고서에서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유통·판매하는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당초 허가받은 것과 다른 성분의 사용으로 허가가 취소되면서 적절한 회계감사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인보사를 개발한 계열사 코오롱티슈진이 거래 정지를 당하면서 지분증권 가치를 제대로 검토할 수 없었던 점도 한정 의견을 내린 이유에 포함됐다. 오파스넷, 핸디소프트, 디에스티 등도 한정 의견을 받았다.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상장사는 라이트론, 바이오빌, 케어젠, 크로바하이텍, 와이디온라인 등이었다.

비교적 우량기업들로 평가받는 코스피에서도 비적정 의견이 속출했다.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웅진에너지는 계속기업 불확실성으로 인해 의견거절을 받았다. 지코, 컨버즈, 세화아이엠씨, 폴루스바이오팜, 신한 등도 의견거절에 해당됐다.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곳도 8곳(셀바스AI, 에스마크, 영신금속, 이매진아시아, 파인넥스, 포스링크, 퓨전데이타, 피앤텔)으로 지난해(4곳)보다 2배 늘었다. 이들 기업의 감사 결과에 따라 비적정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비적정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외부 감사인의 권한을 강화함과 동시에 부실회계에 대한 과징금 신설로 책임을 늘리면서 감사가 한층 깐깐해진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에서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상장사는 43곳으로 지난해 32곳보다 34.4% 늘었다.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비적정 의견이 크게 늘면서 회계 이슈로 인해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기업이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년 동안의 재무제표를 평가 받는 감사보고서에서 비적정을 받으면 바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지만 반기보고서 비적정이나 미제출은 이보다 낮은 관리종목 지정 조치가 취해진다. 하지만 관리종목 지정 이후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 부실기업 요건에 해당하면 상장폐지 대상이다.

앞서 외감법 강화 이후 기업들의 부담을 일부 덜기 위해 감사보고서 비적정을 받더라도 상장폐지를 1년 간 유예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그 다음 회계연도에서 적정 의견을 받으면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이후 상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비적정 의견을 받고 개선기간이 부여된 상장사 상당수가 이번 반기보고서에서도 비적정을 받았다. EMW, KD, KJ프리텍, 라이트론, 모다, 바이오빌, 에스에프씨, 에이씨티, 케어젠, 크로바하이텍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당 기업들은 올해 회계감사에서도 비적정 의견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대거 상장폐지가 발생할 우려가 나온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3. 3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4. 4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