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은 14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달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을 만났을 때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고노 외무상이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뒤집는 일은 못 한다"고 말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는 "만약 (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다는 한국 측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규정한 '전후(戰後·2차 대전 이후) 처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이해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1일 "미 정부가 '옛 징용공(징용 피해자를 지칭하는 일본식 표현)에 대한 손해배상을 포함한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일본의 법적 입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유사한 보도를 했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2차 대전 종료 뒤인 1951년 미국 등 연합국과 일본이 체결한 평화조약. 제4조에서 '일본의 통치로부터 벗어난 지역의 재산상 권리 문제는 해당국 정부와 일본이 특별약정으로 처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일청구권협정도 이 조약 4조를 근거로 체결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청구권 문제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는 이유로 한국의 징용 피해 배상판결이 "협정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고노 외무상은 작년 11월 국회 답변 땐 한일청구권협정과 관련해 "(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은 소멸된 게 아니다"며 모순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한국 대법원은 작년 10월 강제징용 관련 판결에서 '한일청구권협정은 양국 간의 재정·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로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본의 불법 식민지배로 발생한 개인의 피해 배상 청구권은 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우리와 미국은 입장이 다르다. 미국은 '연합국 국가와 국민은 일본에 대한 모든 배상·보상 청구를 포기한다'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14조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한국에 '국제법 위반 상태' 시정을 계속 요구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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