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다녀온 박용만 "미안할 수밖에 없는 어른이라 부끄러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9.08.13 20:16

P2P 금융 제정안 등 '청년 스타트업 규제개혁' 입법 촉구…20대 국회 들어 14번째 여야 의원 찾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7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3일 "젊음을 던져 창업한 친구들이 희망고문 속에 국회를 지켜보면서 1년째 기다리고 있다"며 "미안해할 수밖에 없는 어른임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다.

박 회장이 이런 글을 올린 것은 국회의 청년 스타트업 관련 규제완화법 처리 지연 때문이다.

박 회장은 1년 전부터 렌딧, 8퍼센트, 보맵 등 핀테크 스타트업과 함께 개인간거래(P2P) 금융 제정안과 보험업법 개정안 처리를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젊은 친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관련법이 미비해서 사업을 제대로 키울 수가 없었다"며 "젊은이들이 사업에 몰두해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을 정부와 국회에 찾아가 호소하고 설명하는 데 쓰는 것 같아 돕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법안은 여야간에 이견이 없다면서 여야 모두 긍정적으로 청년들에게 답을 줬지만 희망을 품은 젊은이들은 그때부터 1년 가까이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큰 그림에서의 정치 환경은 정당들간의 대립을 가져오게 했고 그 결과 법안은 해당 위원회 의결은 고사하고 위원회 내 법안소위에도 못 올라갔다"며 "법안소위, 해당 위원회, 법사위, 본회의의 4개 관문을 지나는 동안 언제라도 국회가 파행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올스톱"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입법이 되고나도 정부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또 뭐가 나올지 모르는 일은 나중에 할 고민"이라며 "하나하나 보면 다 이유가 있고 그 중에는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예상보다 오래 지체된 법안 때문에 이제 사업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젊은이들은 왜 저래야 하나 잘 이해가 안 가는 어른들의 이유로 꿈이 스러져가고 있다"며 "보다못해 돕겠다고 나서 그 젊은 사업가들과 같이 국회 안을 돌아다니면서 이 방 가서 호소하고 저 방 가서 부탁하고 다니지만 나와 내 직원들이 하는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젊은이들은 그나마 같이 뛰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로 큰 위안을 받는 것 같아 보인다"며 "(젊은이들이) 어른들의 세계에 애끓어가며 호소하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했다.

이어 "의원실을 나서 복도를 걸어갈 땐 젊은이들에게 할 말이 '미안해, 이번엔 꼭 되도록 해볼게, 끝까지 해보자, 조금만 더 견뎌'라는 말밖에 없다"며 "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몇번씩 울컥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 김성준 렌딧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류준우 보맵 대표와 함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유동수 간사, 김병욱·지상욱 의원 등을 만나 스타트업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촉구했다. 20대 국회 들어 이번이 14번째 국회 방문이다.

박 회장은 의원실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입법 환경 미비가 젊은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며 "이 친구들(스타트업 대표들)은 1년째, 나는 몇 달째 양당 간사와 의원들을 찾아 사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친구들도 기다리는 데 한계가 왔다"며 "이번에도 통과가 안 되면 그 이유를 정당화하기 힘들 것 같다"고도 했다.

박 회장은 지난달 16일에도 렌딧 등 청년 스타트업 대표들과 함께 국회를 찾았다. 지난 6월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면담까지 포함하면 세달 연속 국회를 찾았다. 국회 정무위는 오는 14일 법안소위를 열고 관련법안 등을 논의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유재환 수법에 연예인도 당해…임형주 "돈 빌려 달라해서 송금"
  2. 2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3. 3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4. 4 "파리 반값, 화장품 너무 싸"…중국인 북적대던 명동, 확 달라졌다[르포]
  5. 5 "현금 10억, 제발 돌려줘요" 인천 길거리서 빼앗긴 돈…재판부에 읍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