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연일 남한에 대한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연합훈련이 끝난 후 북미대화는 재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남북관계는 악화된 상태로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특히 북한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신형 단거리 무기체계 개발에 몰두하며 언어적 위협을 넘어 실제 군사적 위협까지 높이고 있다.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남한이 아예 배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11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앞으로 대화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런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국장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이에 대한 해명을 하기 전까지는 남북간 접촉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해 쩔쩔매며 만 사람의 웃음거리가 됐다”는 등의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권 국장은 ‘바보’, ‘똥’, ‘악취’, ‘가관’, ‘개’, ‘횡설수설’, ‘도적’, ‘허튼 망발’ 등 거친 단어를 사용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남한을 향한 북한의 비난이 도를 넘어 서고 있어 앞으로 남북대화가 더욱 요원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남북 연락사무소장회의 불발…‘쌀 거부’ 北 입장도 못들어
실제로 남북 상시소통을 위해 개성공단에 설치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매주 1회 갖기로 했던 소장회의는 지난 2월 22일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소장회의를 비정례화 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정부는 북한이 쌀 지원을 거부한 이유도 직접 묻지 못하고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WFP 평양사무소와 북한 외무성 간 실무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다. 남북간 협의는 막혀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내년 도쿄 여름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24일 북한에 실무협의를 제안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4개 종목(여자농구·여자하키·유도 혼성단체전·조정) 중 일부는 예선전 일정상 차질이 불가피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협력,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비롯해 문화·예술 등 다른 분야에서도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간 전반적으로 소강국면”이라며 "교류협력 분야에서 특별히 알려 드릴 사안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에겐 ‘친서’…北 통미봉남 행보?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긴 친서였다. 그 중 많은 부분은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드는 훈련에 대한 불평이었다”며 “또한 단거리 미사일들 시험에 대한 작은 사과였고, 이런 시험은 훈련이 종료될 때 중단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미국에는 대화를, 남한은 비난하는 이중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과거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과 유사하다. 하지만 지금의 노림수는 남한을 배제하기보다 남한이 더 적극적으로 북한 입장을 대변하도록 압박하려는데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미국을 움직이는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남한을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신형 무기체계 등 군사력 강화의 실제 ‘명분’으로서 대남 비난을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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