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산기업 2년 2개월 만에 최대=일본 내각부는 9일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물가 영향 제외)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0.25%를 웃도는 수준으로, 튼튼한 내수 덕분이었다. 그러나 기업 실적이나 외수는 큰 충격을 받았다. 2분기 일본의 실질 수출은 전기 대비 0.1% 줄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외수기여도는 0.3%포인트 감소했다.
기업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3분기 연속 감소다. 비(非)제조 상장기업 10곳 가운데 6곳의 이익이 감소했는데 엔화 강세와 최저임금 상승, 소비세 인상 등을 앞두고 있어 전망은 더욱 어둡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의 실적 악화는 제조업에 머무르지 않고 폭넓은 업종으로 확산됐다"면서 "비제조업 15개 업종 가운데 전력과 통신, 가스 등 기반산업을 제외한 8개 업종 이익이 줄었는데, '리먼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약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라고 전했다.
체감 경기도 최악이다. 지난달 일본에서 1000만엔 이상 부채를 안고 도산한 기업 수는 783곳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6% 늘었다. 2017년 5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식당과 식료품점 등 소매업체나 소프트웨어 개발사 등 생활과 밀접한 업종이 많았다.
일본 기업 실적을 압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엔화 환율이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달러당 109엔 전후로 실적을 전망하고 있는데, 엔/달러 환율이 105엔 정도로 떨어지면 시가총액 기준 일본 300대 상장사 이익이 올해 1.44% 줄어들 것이라고 노무라증권이 추산했다.
사정이 비슷한 아시아에서도 한국 증시만큼 떨어진 곳은 말레이시아가 유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전쟁 우려 등으로 한국 증시가 세계 최악의 성적을 나타냈다"고 했다. 미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올 들어 8% 이상 떨어지며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약한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수출규제로 보복하면서 한일 갈등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나빠졌다"면서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한국 내 판매가 급감했는데,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충격으로 확대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