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공매도 규제', 금융당국 카드 꺼낼까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임동욱 기자 | 2019.08.08 16:02

[금융당국의 '칼 한자루와 방패 셋' ②]공매도 금지 '강수' 만지작...부작용·타이밍 등 고민



미중 무역·환율전쟁, 일본의 경제보복 등의 여파로 최근 증권시장이 크게 하락한 가운데, 정부가 '공매도 규제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손에 쥔 패 중 약발이 가장 센 '공매도 규제'를 언급하며 "언제든지 쓸 수 있다"고 공언했다. 시장안정을 위해선 '강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구두 개입' 성격이 짙다.

공매도 금지 등 규제강화는 시장의 신속한 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효과적인 '방패'가 될 수 있지만,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 등을 제한하는 등 부작용도 분명하다. 일단 한번 사용하면 일정기간 내 재사용이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의미로 차입한 증권을 매도하는 투자제도다.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대여해 매각하고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가격에 다시 매입해 빌린 주식을 갚아 수익을 얻는 구조다. 주가상승이 예상될 경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해 매매차익을 얻는 '주식신용융자제도'와 대칭되는 개념이다.

시장효율성 제고 등 순기능에도 불구, 그동안 공매도는 미공개정보를 통한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하락장에 투기수요가 합세해 주가폭락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지난 2일 시작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만3000여명이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주식 대차잔고는 58조2913억원으로 연초(1월말 기준, 52조3478억원)에 비해 6조원 가량 증가했다.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대차잔고는 주식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대차잔고가 많다는 것은 주가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그만큼 공매도가 늘어날 수 있다.


공매도 규제는 금융당국의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에 끝자락에 위치한다. 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 제한조치를 시행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는 8월부터 11월까지 약 3개월간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를 시행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공포감에 빠져 정상적인 가격기능이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 일시적인 공매도 거래금지와 같은 강력한 규제를 통해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매도 금지규제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은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한다는 원칙 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건은 '타이밍'이다. 현재 시장이 과거 위기 상황과 비교할 때 어떤 상태인지도 따져봐야 할 요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관계자는 "지금은 공매도 규제같은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 전혀 아니다"며 "금융당국은 칼집만 꺼내 보여주면 충분하지 칼을 꺼내서 휘두를 타이밍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섣부른 공매도 규제가 국내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의 불만 때문에 (공매도 규제) 대책을 시행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나라는 장이 빠지니까 제도를 바꿔버린다'며 신뢰를 거둘 수 있다"며 "우리 자본시장이 성숙되는 과정이 몇년 뒤로 퇴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선제적인 공매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오인 경제실천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지금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70% 정도를 차지한다"며 "문제가 더 깊어지기 전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고, 한시적으로 안정을 시켜놓고 하방위험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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