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아들 1인시위 빛바랜 아버지 '난민 불인정'(상보)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 2019.08.08 15:52

1인 시위 등 노력 이어갔으나 결국 '인도적체류'만 허가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외국인청)은 8일 김민혁군 아버지에 대한 난민재심사 결과 "이란에 돌아가도 박해받는다는 근거가 없다"며 김군의 아버지에 대해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인도적체류허가'만 허락했다./사진=임찬영 기자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군(16)의 아버지 A씨(52)가 결국 난민으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아들 김군은 1인 시위를 불사하며 아버지의 난민인정을 촉구했으나 당국의 인정판단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외국인청)은 8일 오후 "이란에 돌아가도 박해받는다는 근거가 없다"며 김군의 아버지에 대해 '인도적체류허가'만 허락했다. 난민 인정은 어렵지만 앞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미성년자 아들을 고려한 조치다.

인도적 체류란 난민으로서는 불인정하면서도 임시로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하는 조치다. 이 경우 1년 동안 한국에 머물 수 있지만 1년마다 체류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하고 생계비와 의료비 등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다.

A씨 측은 즉각 반발했다. A씨는 "성당에서 세례도 받았고 고해성사도 하는 등 수차례 공부했고 모든 교리를 따랐는데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소송이 가능하다면 소송까지 이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A씨의 법률 대리인인 재단법인 동천 이탁건 변호사도 "민혁군이 난민으로 인정받고 나서 A씨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며 "박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불인정 결정을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다.

김군 부자를 돕고 있는 아주중학교 오현록 교사도 "김군보다 A씨가 본국에서 박해받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사실"이라며 "김군과 난민 신청 사유가 동일한 데도 결과가 오히려 안 좋게 나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김군 역시 "당장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내가 성인이 돼서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아빠가 꼭 난민으로 인정받아 계속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아버지의 난민 재심사를 응원하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민혁군(16)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사진= 임찬영기자
앞서 김군은 올해 6월 아버지의 난민인정을 촉구, 친구 4명과 함께 과천정부청사 1인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김군은 심사일에도 홀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김군은 "많이 떨리지만 아버지가 고생도 많이 하시고 준비도 많이 하셔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꼭 인정되셔서 같이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런 김군의 기대는 당국의 결정으로 좌절되고 말았다. 아버지에 대한 난민 재심사가 불인정 되면서 김군은 또다시 난민 인정을 위해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두 부자는 2010년 김군이 7살 때 한국을 방문해 천주교로 개종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 개종은 사형까지 당할 수 있는 중죄다. 이들 부자는 난민 신청을 했으나 2016년 6월 난민불인정처분을 받았다.

부자는 법원에 항소했지만 지난해 12월 패소했다. 김군은 친구들의 청원과 시위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A씨는 대법원 상고 절차 대신 올해 2월 난민재심사를 신청했고 지난 6월 재심사를 받았으나 결국 난민으로 인정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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