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가 달려온 서글픈 길' 경력 39년 철도역장의 애달픈 사랑고백서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 2019.08.09 06:00

[피플]배은선 한국철도공사 송탄역장 120년 철도 역사 담은 '기차가 온다' 발간

배은선 코레일 송탄역장
배은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송탄역장(55세)은 자타공인 국내 철도 전문가다. 국립철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옛 철도청, 지금의 한국철도공사 등 철도분야에서 36년째 근무하고 있다. 철도고등학교 시절까지 합치면 철도 경력은 자그마치 39년이다. 2년 전 철도경영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뼛속까지 철도인’이다.

그런 그가 최근 한국 철도 역사 120년을 담은 교양서적 ‘기차가 온다’를 발간했다. 새마을호 열차의 마지막 운행을 기념해 사내 잡지와 인터뷰한 것을 본 출판사 관계자와의 인연으로 책을 집필하게 됐다.

“지난해 구형 새마을호 객차가 운행을 종료했는데 당시 철도 동호인들은 이를 두고 새마을호의 종운(終運)이라고 평가했어요. 사실 구형 객차가 은퇴하는 것이지 종운은 아닙니다. 새마을호의 명맥은 ITX-새마을, 장항선 새마을호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배 역장은 서른여섯 늦은 나이에 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에 입학했다. 근대 철도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선 일본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의 열차인 경인철도 경부철도, 군용철도인 경의선 모두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부설해 운영한 것이다. 이후 그는 철도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거치며 10여년간 한국 근대 철도사를 연구했다.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근대 철도사만큼 나라 잃은 아픔을 잘 드러내고 있는 매개체도 드물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군사력을 동원해 철도부설권을 빼앗고, 우리나라에 역별로 최대 10만평의 광대한 토지도 요구했다.


“일본이 영등포, 시흥, 평택 등 기존 상권이 조성된 곳에 역을 부설했기 때문에 토지 보상 비용이 어마어마했어요. 당시 우리 정부가 일본이 운영하는 철도를 부설하기 위해 일본 철도회사에 돈을 빌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죠”

서울역, 대전역 등에 넓게 조성된 광장 역시 일제 강점기 시절 수탈의 흔적이다. 일본이 쌀 등 반출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역마다 광장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기존 상권을 몰아낸 자리에는 일본 이민자들을 정착시켰고 그 결과 부역에 시달리던 조선인들은 만주 등지로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배 역장이 책을 발간하면서 꿈꾸는 바람은 딱 한가지다.

“이 책이 젊은 철도인에게 철도를 이해하고 아끼는 마음의 불씨를 지폈으면 해요. 철도학교에서 국비 교육을 받아 밥벌이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도 이뤘으니 철도는 저에게 참으로 고마운 존재죠. 이 책을 통해 철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빚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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