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쾌적, 지금이 기회?' 불매운동 속 일본여행족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임찬영 기자 | 2019.08.06 05:43

1만원대 비행기표 등장에 '일본 가볼까?' 심리…전문가, 자발적 불매운동이 의미 有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1. 회사원 한모씨(32)는 얼마 전 친구가 휴가로 일본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일 불매운동이 심한 지금이 오히려 저렴하게 여행 가기 좋다는 것이 친구의 계획. 한씨는 '괜찮을까?'라고 생각했지만 막을 수는 없었다.

#2. 8월 말 여름휴가를 앞둔 회사원 이모씨(33)도 고민에 빠졌다.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해외여행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연초 생각했던 일본은 반일 분위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평소 절반 이하인 가격을 보며 군침이 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여행을 계획하거나 다녀온 사람들을 두고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자발적 불매 운동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5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16~30일 보름간 인천국제공항을 일본여행을 다녀온 승객은 총 46만7249명이다. 전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4%(7만2411명)가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전체 해외 여행객 304만여명 가운데 15%가량이 일본을 찾은 셈이다.

'BOYCOTT JAPAN'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분위기에도 꾸준히 일본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 오히려 항공권 가격이 급락해 여행을 가기 더 좋다는 이야기도 암암리에 퍼졌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4일 오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일본행 카운터 오픈 시간 안내문이 걸려 있다. / 사진=뉴시스


실제 인천~나리타(도쿄), 오사카 노선의 경우 10만~14만원 하던 비행기 요금가 9월 편도 기준 4만~6만원까지 떨어졌다.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향하는 한 LCC(저비용항공사) 노선은 유류세와 공항세와 유류할증료를 제외하고 1만5000원에 표를 내놓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몰래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을 질타하는 게시글도 속속 올라온다. 한 누리꾼은 일본 출장 중 단체 관광객을 봤다며 '죄 의식도 없이 일본에 놀러가더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글은 2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본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좀처럼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다녀오는 추세다. 비용 등 문제로 미리 예약한 일정을 취소하지 못한 여행객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최근 도쿄에 여름휴가를 다녀온 임모씨(27)는 "분위기 때문에 친한 지인 외에는 일본 여행을 다녀온다는 얘기도 하지 못했고, 도착한 일본에는 생각보다 한국 여행객이 많았다"며 "상황이 부끄럽기도 하고 해서 여행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불매운동의 정당성을 위해서도 비난의 화살이 여행객을 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스마트한 불매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참여해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일본 제품을 사겠다고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배타적 민족주의로 흐를 수 있어 오히려 일본에 빌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필요성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타인의 소비를 강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양측이 서로를 존중하며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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