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으로 신음하는 세계…안전자산만 '귀하신 몸'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08.04 16:35

아시아에서 미주·유럽까지 세계 곳곳 무역 분쟁…세계 경제 침체 우려, 불확실성 확대
지난주 신흥시장지수 4% 급락, 구리·유가도 약세…금·엔화 등 안전자산에는 돈 몰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현지시간) 선거집회가 열리는 신시내티로 출발하면서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얘기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는 9월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며 합의가 이루어질때까지 단계적으로 관세를 25%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위협, 유럽의 디지털세 도입 추진과 미국의 보복 우려 등 곳곳에서 벌어지는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 교역이 줄고 공급사슬이 무너질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경제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엄혹한 시절을 피하려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안전자산 몸값만 오르고 있다.

◆커지는 '무역 고통'=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음 달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모든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다. 중국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압박 강도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린 것이다. 중국도 결사항전을 다짐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추가 관세 부과로 2021년까지 양국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0.2%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G2(미국과 중국) 경제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와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제외로 말미암은 갈등이 불거졌으며, 유럽에서는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는 유럽연합 탈퇴) 폭탄이 초읽기에 들어섰다. 여기에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은 미국과 유럽 관계를 더욱 험악하게 만들었다. 프랑스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의 정보통신(IT) 대기업을 표적으로 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걷겠다고 나서자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를 위해 백악관을 찾은 유럽연합(EU) 무역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유럽과의 무역 합의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는 '무역의 고통'이 세계 경제 전망을 크게 바꿔놓은 한주였다"면서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삽화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믿을 건 '금' 등 안전자산뿐=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흥국 주식과 구리, 원유 등 경기에 민감한 위험자산에 대한 매도 압력이 커졌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시장(EM)지수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5거래일 동안 4.3% 급락했다. 같은 기간 구리와 원유 가격도 각각 4%, 1% 떨어졌다.


반대로 금과 엔화, 미 국채 등 안전자산에는 돈이 몰렸다. 특히 금값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0년 만에 정책금리를 내리는 등의 호재가 겹치면서 지난주에만 3% 가까이 올랐다. 현재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453달러 정도로 2013년 5월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금과 비슷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화와 스위스프랑의 달러 대비 가치도 전주 대비 각각 2%, 1% 상승했다. 선진국 국채에도 자금이 몰리면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3년 만에 처음으로 1.8%대로 떨어졌다. 독일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일 장중 한때 마이너스(-)를 나타냈는데, 이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원래 여름은 계절적으로 증시가 약해지는 시기인데, 무역전쟁 심화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연준의 금리인하 등 '완벽한 폭풍'까지 몰려왔다"면서 "이 때문에 증시가 당분간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정말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다음 달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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