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가 간 무역갈등으로 생기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통한 부품·소재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기업이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실행하는 방식의 상생협력 체계가 산업역량을 키우는 데 필수라는 설명이다.
31일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산업계와 정치권, 정부는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협의회'를 열고 대·중소기업 상생을 통한 국산 부품·소재 개발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R&D를 강화해 신기술·신소재 등을 개발하면 구매처인 대기업들은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구매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반도체 제조용 장비, 실리콘웨이퍼, 기타 개별소재 등 반도체 관련 품목 중 일본 수입 비중은 30% 이상이다. 일부 정밀 부품과 석유화학 수입 품목은 일본 수입 비중이 80~90%를 넘는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모두가 납득했던 부분이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던 게 현실"이라며 "이번 위기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상생 체계가 자리 잡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국내 중소기업이 99.99999999(텐나인)% 수준의 불화수소 생산특허를 취득하고서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상용화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더욱 거세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소기업들이 국산화 기술을 갖추거나 제품개발에 성공해도 공급망에 참여하지 못해 사장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주무부처인 중기부를 중심으로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 정비에 나섰다. 지난 25일 발표한 '공공조달 상생협력 지원제도'가 대표적이다. 해당 제도는 중소기업이 공공기관과 먼저 조달계약을 맺고 물량생산 일부를 대기업에 역으로 하도급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 등 핵심 부품·소재의 경우 최종 완성품 생산업체가 부품을 선택하는 구조여서 판로지원이 쉽지 않았다. 중기부는 제도 도입으로 부품·소재 분야 중소기업도 적극적으로 조달시장에 진출해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기부는 앞으로도 중소기업이 부품·소재 국산화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상생협력지원사업을 정비해나갈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상생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하에 정책·사업들을 수정·설계하고 있다"며 "구매, R&D 등 다양한 분야의 상생협력지원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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