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의 재량근로제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재량근로는 노사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대신 사용자는 근로자가 어떤 방식(업무수행 수단)으로 얼마나 일을 해야 한다(근로시간 배분)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릴 수 없다. 재량근로 근로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조치다. 연구원, 정보통신기술 종사자, 언론계 재직자, 디자이너, 변호사·회계사 등이 재량근로 대상자다.
고용부는 '사용자가 구체적인 지시를 내릴 수 없다'는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업계 의견을 감안,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우선 기업은 목표, 내용, 기한 등 업무의 기본적인 내용과 근무 장소는 지시할 수 있다. 구체적 지시를 제한하고 있는 업무수행 수단, 근로시간 배분과 관계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구체적 지시의 대상은 조직이 아닌 근로자 개인이다. 부서 또는 팀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재량권을 확보하더라도 개별 팀원에게 재량권이 없다면 재량근로라고 볼 수 없다.
업무수행 수단과 관련, 꼭 필요한 업무 보고·회의 소집·출장 지시는 가능하다. 일정 단계에서의 업무 진행 상황·경과는 회사 내에서 서로 공유할 일이어서다. 또 제품 출시, 신기술 개발 등이 임박한 상황에서 별도 보고를 사전 공지 후 지시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
노사는 서면합의로 회의 주기·횟수를 정할 수 있다. 회사는 노사 합의가 없더라도 업무 목표 달성을 위한 회의에 근로자 참석을 지시할 수 있다. 다만 고용부는 회의가 지나치게 자주 열릴 경우 재량근로를 침범한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근로자에게 출근 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 재량근로를 과도하게 해석, 출근도 하지 않는 근로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출퇴근 시간을 지정해 엄격하게 적용할 순 없다. 근로자의 시간 배분을 침해하는 조치여서다.
노사합의에 따라 특정 근무시간대는 둘 수 있다. 회사 구성원이 업무에 대해 협의하려면 공통 근무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고용부는 업무상 필요한 회의, 보고 등은 이 시간대에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단 특정 근무시간대를 너무 넓게 설정할 순 없다. 가령 오전 9시~오후 6시를 근무시간대로 두면 사실상 출퇴근 시간을 지정한 효과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 범위도 구체화했다. 연구개발 분야에는 소프트웨어, 게임, 금융상품 등 무형의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경우를 명시했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로 연구개발 업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반영했다. 또 정보처리시스템 설계분석 분야에선 프로그래머도 재량근로 대상이라고 명확히 했다.
고용부는 전국 48개 지방고용노동관서를 통해 가이드라인 설명회와 현장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권기섭 고용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주 최대 52시간제 시행으로 최근 재량근로제를 포함한 유연근로제도 도입을 준비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며 "각 유연근로제가 제도 취지에 맞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과 함께 어려운 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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