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위한행진곡·넥타이부대…홍콩판 '6월 항쟁'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07.30 11:08

시위대, 송환법 철폐·경찰 과잉진압 조사 등 요구
中 군대투입 위협에…노동자·회사원도 시위 참여

지난 28일(현지시간) 밤 경찰과 대치 중인 홍콩 시위대.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와 최루탄을 막기 위해 준비한 나무방패에 '자유', '혁명' 등의 글자가 새겨졌다. /사진=AFP통신
1987년 6월 한국에서 전국적인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대통령 직선제 거부,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사건과 연세대 학생 이한열의 죽음 등이 성난 민심에 불을 붙였다. 학생은 물론 주부와 회사원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결국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고, 수십 년간의 군사 독재가 막을 내렸다. '6월 항쟁'은 한국 시민운동의 상징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2019년 6월 대규모 시민운동이 재현되고 있다. 이번엔 홍콩에서다.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홍콩의 민주시위는 계속 진화하며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계엄령 선포와 인민해방군 투입을 위협했지만, 시민들은 총파업을 예고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시위 현장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하는 한국의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리고, 노동자와 넥타이 부대가 동참하기 시작했다.

홍콩 시민의 요구는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과잉진압 조사를 위한 독립위원회 설치 ▲6·12시위 '폭동' 규정 철회 ▲체포 인사 석방 ▲수앙푸쉬엔(雙普選·행정장관과 입법부 동시선거) 실시로 크게 다섯 가지다. 요약하면 잠정 중단된 송환법을 완전히 없애고 이를 주도한 친중파 캐리 람 행정장관이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콩 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고, 양측의 대립 격화로 도심에서 연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를 진압 중인 홍콩 경찰. /사진=AFP
최근에는 그동안 학생 중심이던 시위가 노동자와 회사원, 심지어 공무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홍콩지하철 노조는 이미 30일 오전 7시30분부터 대규모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1일 위안랑역에서 친중 세력의 소행으로 보이는 '백색테러'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노조는 강력한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당시 흰옷을 입은 남성 100여명이 몽둥이와 쇠파이프 등을 들고 역사 안으로 난입해 시민들에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수많은 사람이 폭행을 당하는 장면은 고스란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다음 달 5일에는 홍콩 전역에서 대규모 파업이 예고됐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금융과 정보통신(IT) 등 여러 업종에서 이날 하루 휴업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활동이 계획되고 있다. 이른바 '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회사원들도 반(反)정부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 기관 소속 공무원들도 지난 29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사회 충돌을 막기 위한 적절한 해결책을 신속히 내놔야 한다"며 다음 달 2일 집회를 예고했다. 이 집회에는 이미 500명이 참가의사를 밝혔으며 "람 행정장관이 직접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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