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불매운동과 똑똑한 소비자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 2019.07.31 05:00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이 커지고 있다. 수입맥주 시장에서 상위권을 장악했던 일본 맥주들의 재고가 쌓여 대형마트에서 발주를 중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식음료업계에서는 수위 브랜드가 단기간에 내리막을 걷는 건 이례적이다.

불매운동의 확산 속도나 영향력도 엄청나지만 소비자들의 정보력과 단합력에도 놀라게 된다. 단순 일본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지분구조나 배당 여부 등까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공유하고 있다. 체코 맥주인 필스너우르켈과 코젤 브랜드를 일본 회사인 아사히 그룹이 보유하고 있다던가 쿠팡, 다이소가 일본 자본이 유입됐다던가 일본으로 배당이 지급되고 있다는 등 내용이 대표적이다.

국내 업체들도 불매운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식품업계에서는 일본산 재료가 문제가 됐다. 소비자들이 직접 원산지를 찾아보고 정확한 정보가 없다면 의혹을 제기한다. 직접 전화를 걸어 일본산인지, 정확한 원산지는 어디인지 확인하고 답변을 공유하기도 한다.

일본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할인 행사를 벌였던 유통업체들도 뭇매를 맞았다. 최근 이마트 양재점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일본 맥주를 할인하는 단독 행사를 벌였다가 비판을 받고 철회했다. 소비자들의 기세에 편의점은 대표적인 수입맥주 마케팅인 4캔 1만원 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했다. 코젤, 필스너우르켈 등 소비자들이 찾아낸 일본 회사가 인수한 브랜드도 포함됐다.

사실 식품업계에서는 불매운동은 가장 두려운 소비자 운동이다.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떨어지고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하고 대체재가 충분한 식품업계 특성상 불매운동은 직격탄이 될 밖에 없다. 전(前) 회장의 갑질 사건이 일어난 미스터피자와 대리점 갑질 사건의 남양유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번 만들어진 이미지를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도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이유다. 남양유업의 경우 6년 전 대리점 갑질 사건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은 아직도 일부 지속되고 있다. PB(자체브랜드) 제품의 생산자가 남양유업인지 아닌지를 보고 공유할 정도다.

그러나 불매운동의 시작이 무엇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불매운동의 결과, 문제가 얼마나 해결되었는지나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최근 남양유업은 21회째 대리점 상생회의를 열었다. 갑질 사건 이후 만들어진 상생회의지만 6년째 꾸준히 지속되며 대리점 권익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불매운동의 성과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국내 제품 경쟁력이 높아질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 더 현명한 불매운동이 되려면 그 결과에 대한 평가와 논의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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