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에 28억원' 해외인재 유치에 거액 내건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 2019.07.25 06:20

[길게보고 크게놀기]중국 정부의 남다른 스타트업 지원…창업자의 지상낙원으로 변하는 중국

편집자주 |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우리 회사는 스마트 팩토리에 사용되는 머신비전(Machine Vision)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항저우를 방문한 날 인공지능(AI) 타운에서 만난 창업자 A씨가 자신의 스타트업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머신비전은 사람 대신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조과정에서 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물리적 형상 결함 여부 등을 찾아내는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 기술이다.

이날 인공지능 타운의 3만4000㎡에 달하는 대지면적보다 더 필자를 놀라게 한 건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었다.

예컨대 창업자 A씨는 중국 명문대인 저장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3년 전 500만 위안(약 8억원)을 지원받고 창업했는데, 창업 초기 저장대학에서 사무실 공간도 제공하고 투자자도 알선해주는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3년 만에 A씨의 회사는 직원 수가 50여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고 34세인 A씨의 얼굴에도 자신감과 여유가 역력했다.

중국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규모는 남달랐다. 인공지능 타운에서 본 포스터에는 해외인재의 스타트업 설립시 프로젝트에 최고 900만 위안(약 15억원)을 지원하고 창업자 본인에게도 최고 750만위안(약 13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선발 기준은 해외 석사학위 취득 후 해외 창업 혹은 스타트업 3년 근무, 박사학위 취득 후 해외 창업 혹은 스타트업 근무 2년이었다. 해외유학을 갔던 중국 인재들이 앞다퉈 중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다.

항저우의 인공지능 타운 전시관에는 로봇이 택배 물건을 옮기는 스마트 물류센터,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웨어러블 로봇, 심지어 알고리즘 트레이딩까지 입주업체들이 개발 중인 다양한 제품과 솔류션이 전시돼 있었다.


같은 날 오후 항저우에 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본사에 들렀다. 1999년 영어교사를 하던 마윈이 친구 17명과 설립한 알리바바는 시가총액 4500억 달러(약 53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알리바바는 중국을 넘어서 세계전자무역플랫폼(eWTP)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알리바바를 보면, 창업초기 사무실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마윈의 아파트에서 18명이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린다. 지난해 기준, 알리바바의 총거래금액(GMV)은 5조7200억 위안(약 970조원), 활동중인 판매자 수는 1000만명이 넘었다. 알리바바의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는 7억2100만명에 달하며 200여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시관에는 마윈이 큰 일을 할려면 만리장성은 가봐야 한다며 초기 멤버들을 데리고 간 만리장성 여행 사진이 전시돼 있다. 그때 마윈의 창업에 동참했던 17명은 지금 모두 억만장자가 됐다. 그때 이들은 자신들이 억만장자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치 못했을 거다. 아마 마윈도 모르지 않았을까.

2007년 베이징대학에서 마윈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강연 말미에 마윈은 창업 전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넷 기업을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마윈이 물어 본 24명 중 찬성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단 한 명만 찬성하고 나머지 23명이 모두 반대했다고 마윈은 말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성공확률도 낮다. 하지만 낮은 가능성을 뚫고 성공한 사람이 얻는 것도 많다. 창업 20년 만에 마윈은 자산규모가 380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하는 중국 최대 부호가 됐다. 알리바바가 위치한 항저우도 중국을 대표하는 창업도시로 성장했다.

중국에는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수저우와 항저우가 있다는 말인데, 그만큼 수저우와 항저우가 살기 좋은 지상낙원이라는 의미다.

그런 항저우가 살기 좋은 지상낙원에서 창업자의 지상낙원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아니 중국 전체가 창업자에게는 지상낙원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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