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협상에 실패한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사업 추진일정을 미루거나 후분양제를 선택한 영향이 컸다. 정부가 향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추가 규제를 추진할 경우 신축 아파트 공급시장은 더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머니투데이가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의 주택공급 실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초 공급예정 물량 16만2397가구 중 지금까지 분양한 물량은 5만7396가구로 진도율은 35.3%로 집계됐다.
올해 10대 건설사 중 가장 많은 2만8837가구의 공급 계획을 세웠던 GS건설은 지금까지 6539가구를 분양해 진도율이 22.7%로 가장 낮았다. 서울 강남권과 과천 등 주요 정비사업 현장에서 분양 일정이 밀린 탓이다.
연내 1만5888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던 HDC현대산업개발도 현재까지 3623가구를 공급해 진도율은 22.8%에 그쳤다.
올해 5578가구 공급목표를 세웠던 SK건설은 아직까지 분양실적이 없다. 롯데건설과 공동 시공하는 광명 철산주공7단지가 분양가 협의 지연으로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분양 일정이 밀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25.7%) 현대엔지니어링(32.7%) 삼성물산(33.1%) 포스코건설(46.7%) 등도 현재까지 공급 진도율이 50%를 밑돌았다.
연초 계획대비 공급량이 절반을 넘은 곳은 대림산업(68%)과 대우건설(50.4%) 2개사 뿐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강남권 집값 반등을 우려한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하면 후분양으로 방향을 틀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조합이 늘어날 수 있다. 정비사업은 분양가를 낮출수록 조합원 부담이 커져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1만2000여 가구로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둔촌주공아파트는 당초 연내 분양 계획을 세우고 이주를 마친 뒤 철거를 진행 중이었지만 HUG와 분양가 협의에 실패했다. 이에 조합 내부에선 후분양제 논의가 나오고 있으며 연내 분양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은 현대건설(28%) HDC현대산업개발(25%) 대우건설(23.5%) 롯데건설(23.5%)등 4개사가 공동 시공할 예정으로 사업이 지연되면 각 사의 연내 공급량이 동반 감소할 전망이다.
분양 일정이 지연되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83%) 대우건설(62%) 대림산업(58%) GS건설(54%) 등은 총매출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신규 주택공급이 줄면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경영난에 빠질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사업 지연과 수주 가뭄에 따른 보릿고개를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은 1~2개 단지만 사업에 차질이 생겨도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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