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중국 공략 박차 가하는 BNK부산은행

머니투데이 칭다오(중국)=주명호 기자 | 2019.07.23 10:01

[2019 금융강국코리아-BNK부산은행①]후발주자지만 내실 영업으로 흑자 지속…내년 상반기 난징지점 문 연다

부산은행 칭다오지점 내부 전경. /사진=주명호 기자
중국에 진출한 현지 은행들이 영업을 할 때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거리다. 각 지역에 위치한 거래처를 찾아가는 것만도 쉽지 않다.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BNK부산은행 칭다오지점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 거래처가 위치한 광저우시, 충칭시의 경우 각각 1934㎞, 1864㎞를 이동해야 한다. 그나마 가까운 편인 랴오닝성 다롄시도 412㎞로 ‘서울-부산’ 거리에 맞먹는다. 김병기 부산은행 칭다오지점 분행장은 “비행기로 최소 3시간씩 걸리는데다 막상 도착해 보면 거래처 사람이 부재 중이라 헛걸음할 때도 있었다”며 “이런 점이 초창기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라고 돌아봤다.

이런 물리적 거리의 불편함과 단일 지점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부산은행의 실적은 기대 이상이다. 올해 6월 기준 칭다오지점의 총대출액 잔액은 1억805만달러(약 1272억5000만원)다. 영업을 시작한 2012년 12월 이후 약 7년 반 만에 1억달러를 넘어섰다. 영업 첫 해인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당기순이익을 내 왔다. 올해 당기순이익 목표는 220만달러인데 6월 기준으로 이미 목표치의 절반을 달성했다.


칭다오지점은 부산은행이 처음으로 문을 연 해외 지점이다. 2008년 현지 사무소 설립 후 중국 감독당국의 인가 절차를 거쳐 4년 만에 지점을 냈다. 종합금융그룹으로서 BNK그룹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통해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첫 해외 진출지를 중국으로 결정한 이유는 현지 금융시장의 가파른 성장 전망과 한국과의 인접성을 높게 평가해서다. 특히 칭다오가 위치한 산둥성은 부산지역을 포함해 한국기업들이 다수 진출한 지역이라 달러화 대출 등 현지 금융수요가 많은 편이다. 김 분행장은 “당시 기준으로 약 800여개 이상의 한국 기업들이 산둥성 일대에 진출한 상태”라며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 중 후발주자여서 초기 영업 활동은 순탄치 않았다. 먼저 중국에 들어온 다른 은행들이 한국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칭다오만 해도 신한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이 이미 포진해 있었다. 이에 부산은행은 중국 현지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장시키기로 했다. 국내 은행들과의 경쟁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의 안정적인 중국 진출 지원이라는 부산은행의 목표점과 맞닿아 있어서다. 김 분행장은 “아직 국내 은행의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 위주로 영업 전략을 펼쳤다”며 “지역에 상관없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더 효율적인 금융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음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현행 규정상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금융지점은 해외 기업, 개인을 상대로만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다. 대출도 초기에는 달러화 대출만 허용된다. 달러화 대출은 주로 국외로부터 수입한 물품에 대한 대금을 결제할 때 쓰인다. 대출 자산을 충분히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국 현지 물품 구입, 임금지불, 세금 납부 등에 활용되는 위안화 대출이 필수다. 위안화 대출을 하려면 3년 이상 영업활동 지속, 최근 2년간 흑자 발생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 분행장은 “거래처 확보 노력의 결실로 초기부터 흑자를 거두면서 설립 후 3년 후인 2015년부터 위안화 대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개인 고객에 대한 환전 업무도 영업 확대에 일조했다. 현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이 위안화로 급여를 받으면 이를 원화로 바꿔 국내로 송금해 준다. 대부분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실질적인 마진은 거의 없다. 수익보다는 고객의 편의를 고려한 일종의 서비스 차원이다.


이런 전략을 전개하며 부산은행 칭다오지점은 중국 전역에 총 74개의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했다. 산둥성에서는 56개에 이르는 한국 기업과 관계를 맺고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분행장은 “사드 갈등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과거보다 영업이 힘들어졌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아직도 우량한 한국 기업들이 많다”며 “지점 설립 후 7년간 거래처의 부실율이 0%라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보는 눈은 부정과 긍정으로 극명히 갈린다. 부정적으로 보는 측에서는 반한 감정으로 영업 활동이 향후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반면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최근의 투자 수요 감소로 중국 당국의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한다. 부산은행은 현 상황을 위기보다는 또 다른 기회로 여긴다. 중국의 규제완화 바람을 적절히 탈 수 있는 시점이 될 수 있어서다. 해외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환경은 실제로 변하고 있기도 하다. 하오루핀 칭다오지점 준법 담당 과장은 “2017년 규제완화로 향후 설립되는 해외 은행 지점들은 위안화 대출 영업에 곧바로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난징에 두 번째 현지 지점을 세우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부산은행은 올해 1월 난징 지점 설립을 공식 결정한 후 5월 난징시와 지점 개설 관련 MOU(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10월까지 예비인가 절차를 마친 후 약 6개월간 본인가 과정을 거치면 빠르면 내년 4월 난징 지점 설립이 이뤄진다.

부산은행은 난징과 충칭을 차기 지점지 후보로 놓고 저울질하다 난징을 선택했다. 같은 남부 지역이지만 상대적으로 자리 잡은 한국 기업들이 많아 새로운 영업 거점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김 분행장은 “난징과 가까운 상하이에 하이닉스, 기아차 등 대기업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과 동반 진출한 중소 협력업체들이 80여개 이상이라서 매력도가 더 높다고 봤다”고 했다.

부산은행의 중장기 계획은 중국 지점의 법인화다. 법인이 되면 중국 국내 개인, 기업을 상대로도 영업이 가능해진다. 물론 지점 확대를 통한 중국 전역의 영업 안정화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얘기다. 김 분행장은 “중국 기업도 영업권에 포함시키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난징에 이어 베이징, 광저우 등 최소 4개 이상으로 지점을 늘린 뒤에 법인 전환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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