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법원 첫 판단은 '기각'…수사 향배 주목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 2019.07.21 16:47

[the L]윗선 수사하려던 검찰에 '타격'

(의왕=뉴스1) 이재명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20일 오전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9.7.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관여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윗선인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임원들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나아가려던 검찰 수사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김 대표에 대한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과 곧장 윗선을 수사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주요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는 점 등에 비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분식회계 및 횡령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모 전무에 대한 영장도 비슷한 이유로 기각됐다.

검찰이 증거인멸이 아닌 이른바 본안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관련해 청구한 첫 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에서 이른바 삼성 최고위 층으로 향하던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 등은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으로 인한 부채를 감추다가 2015년 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며 회계 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등을 받는다.

검찰은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역시 거짓 재무제표로 이뤄진 만큼 위법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에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또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방식으로 28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는다.


검찰은 기각 결정이 난 직후 출입기자들에게 "혐의의 중대성, 객관적 자료 등에 의한 입증의 정도, 임직원 8명이 구속될 정도로 이미 현실화된 증거인멸, 회계법인 등 관련자들과의 허위진술 공모 등에 비춰 구속영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추가 수사 후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문을 보냈다.


이처럼 김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분식회계를 지시한 그룹 윗선으로 곧장 향하려던 검찰의 수사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표의 영장이 받아들여지면 분식회계가 삼성바이오 차원이 아니라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이 직접 관리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더욱더 힘이 실릴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 소환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 대표의 영장 기각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시간을 넘긴 영장심사에서 "일본 문제도 있고..."라며 나라경제를 우려하는 삼성 측의 주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악화된 한일경제 분위기 속에서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목적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승계구도를 형성하는데 있었다고 보는 만큼 김 대표를 건너뛰고 직접 조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검찰은 이달 말 또는 8월초에 이뤄질 검찰 고위간부 인사 뒤에도 삼성바이오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라 수사 내용을 더 다진 뒤에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5. 5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