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전성시대…의료비 부담 줄었지만 '구멍' 여전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9.07.21 18:15

[MT리포트-고공행진 펫 헬스케어]가입 늘고 보험금 청구 쉬워져…등록제 미흡, 모럴해저드 우려도

편집자주 |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펫 헬스케어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건강보험이 없어 의료비 부담이 크지만 소비 여력이 있는 반려인들은 동물 건강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의약품에서부터 의료기기, 병원, 보험까지 산업화와 더불어 시장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펫 헬스케어 시장 현황과 가능성을 살펴봤다.

그동안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이 대거 출시되면서 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인다. 0.1%도 안 되던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고 보험금 청구도 간편해졌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구별할 수 있는 기반인 반려동물 등록제운영이 미흡해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우려는 여전하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2007년 말 처음으로 펫보험을 출시했지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 손해율이 악화되면서 대부분 철수했다. 2014년 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되면서 상품을 재출시하기 시작했으나 2017년 말만 해도 삼성화재 등 3개사만 제품을 파는 '유명무실'한 상태로 총 보유계약 건수는 3000건이 채 안됐다. 원수보험료 기준으로도 9억8000만원에 그쳐 펫보험시장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는 미국 등과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약속하면서 지난해부터 펫보험 신상품이 다시 쏟아졌고, 시장이 활기를 띄자 가입도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 '빅3' 대형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손보사가 펫보험을 판매 중이며, 각사별로 수십에서 수백건에 그쳤던 가입 건수도 최대 10배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펫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보험금 청구도 간편해졌다. 보험개발원은 지난달부터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5개 손보사와 함께 ‘반려동물원스톱진료청구시스템(POS)’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POS는 동물병원과 보험사 간 보험금 청구를 중개하는 시스템으로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서류 등을 따로 챙길 필요 없이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펫보험 활성화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의 의료비 부담은 덜었지만 모럴해저드 우려는 더 커졌다는 점이 문제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미흡해 보험에 중복가입한 후 보험금을 여러 번 청구하는 이중계약을 조회할 방법이 없어서다.

펫보험은 실손의료보험처럼 여러 곳에서 가입해도 가입금액(보상한도)에 비례해 회사별로 보험금을 나눠서 지급하는 비례보상 상품이다. 2개 보험에 가입하고 보상한도가 20만원이라면 각사가 20만원씩 주는 것이 아니라 10만원씩 나눠 지급하는 식이다.


이런 상품은 이중계약 여부를 조회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펫보험은 실손보험과 달리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중계약 조회시스템을 갖추려면 반려동물 등록번호가 필요한데 등록률이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화재, 메리츠화재는 미등록 반려동물도 가입을 받아주고 있어 보험개발원이 이중계약 조회를 위해 개발 중인 비문 인식 시스템이 활성화돼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소유주가 A보험사와 B보험사의 펫보험에 중복 가입 후 반려견을 치료하고 두 보험사에 모두 보험금을 청구하면 A사와 B사는 서로 타사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각사가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 이런 맹점을 노리고 고의로 반려동물을 학대하거나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내는 식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동물 등록제를 의무화한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반려동물 등록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보험 관리가 어렵고,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결국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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