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법까지 바꾼 서울보증, '한국형 보증보험' 수출 드라이브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9.07.23 04:46

베트남 보험업법 시행령에 '보증보험' 신설, 매년 10% 성장세…중국 진출도 추진, 2021년 영업 계획

SGI서울보증이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격전지인 베트남에서 분투하고 있다. 베트남 보험업법까지 바꾸며 ‘한국형 보증보험’ 수출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서울보증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건 13년 전인 2006년이다. 국내 보증시장이 성장 한계에 다다르자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베트남에 주목했다. 신흥개발도상국 가운데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단계와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어 보증보험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7년 6월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보증보험의 필요성을 알렸다. 하지만 당시 베트남은 보증 제도가 전무했고 개념을 낯설어 했다. 서울보증은 베트남 국영보험사인 바오비엣과 업무제휴를 맺는 등의 노력으로 2008년 국내 금융사 최초로 베트남 정부조달 보증시장에 진출했다. 국영기업인 베트남조선공사가 베트남국영석유공사에서 공고한 베트남 최대 원유시추 광구의 원유저장시설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 필요한 입찰보증서를 발급한 것이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그동안 베트남 현지은행만 발급할 수 있던 베트남 국영기업간 계약에 필요한 보증서를 직접 발급한 것은 현지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이후 꾸준히 업무를 확대하던 서울보증은 2014년 베트남에서 보증보험상품을 팔기 위해 현지사무소를 지점으로 바꿨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에서는 주로 은행이 보증업무를 도맡아 보증·신용보험 제도가 도입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 보험업법에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만 있을 뿐, 보증보험 자체가 없었다. 보증보험을 팔기 위해 법에 보증보험을 명시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베트남 정부기관에 보증보험 제도를 소개하고 도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베트남 보험업법 시행령에 ‘보증보험’을 신설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안하고 동시에 한국의 보험업법과 한국경제 발전 과정에서의 보증보험 역할 등을 거듭 설명했다.

결국 2014년 8월, 베트남 금융당국은 보험업 시행령을 개정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만 구분되던 베트남 보험 상품 종류에 ‘보증보험’이 추가된 것이다. 통상 금융기관이 해외에 진출할 때는 현지 법령에 맞춰 지점을 인가 받지만 서울보증은 현지 법령을 개정하는 과정을 거쳐 보증보험 제도를 도입하도록 한 셈이다.


정범순 서울보증 하노이지점장은 “2014년 당시 베트남 재무부 차관이 ‘베트남 정부가 외국회사를 위해 직접 법령을 개정한 사례는 삼성전자의 핸드폰공장 투자 유치를 위한 조세감면특례 법령 개정과 서울보증 지점인가를 위해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한 단 두차례’라고 언급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보증 하노이지점은 2018년 12월말 기준으로 총 8075건, 10조3738동(한화 약 6000억원)의 보증을 공급했다. 지점 개설 후 매년 약 10%의 성장률을 이어 왔다. 설립 10년 후인 2024년에는 연간 보험료 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의 기업활동에 필요한 이행보증 상품 판매에 주력했던 서울보증은 베트남 현지 기업의 이행보증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베트남은 아직 은행 위주의 보증 관행이 일반화돼 있어 현지 보험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현지 손해보험사의 지분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보증의 다음 타깃은 중국이다. 현지 파트너인 중국투자담보공사(China I&G) 등과 함께 해외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진행중이다.현재 예비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빠르면 2021년부터 중국에서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상택 서울보증 사장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시장에도 꾸준한 관심을 갖고 현지 진출을 준비 중”이라며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롭게 정립한 비전과 전략 방향에 따라 한국형 보증보험을 동남아시아 전역에 전파해 10년 내 세계 상위권의 보증보험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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