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과 엇갈린 '고노 담화'…"韓, 국제법 위반 시정하라"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김수현 기자, 최태범 기자 | 2019.07.19 14:14

(종합)고노 日 외무상, 담화문 발표
청구권협정 들며 "시정 없으면 조치"
남관표 주일대사 불러 강력 항의도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사진=AFP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 발표를 통해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며 한국 정부가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의 부친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26년 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는 '고노 담화'로 한일 갈등을 완화시켰다면, 아들은 이번 '고노 담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경색시켰다.

19일 고노 외무상은 이날 '대한민국과 일본 간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한일 청구권협정) 상 중재에 관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한국의 실패'라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한국이 초래한 한일 관계를 둘러싼 중대한 상황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국제법 위반 시정을 위해 즉각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재차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정부 측에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었지만 우리 정부는 답변시한이었던 전일, 이에 응하지 않아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사진=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앞서 지난해 10월과 11월, 한국 대법원은 강제 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피해자) 측 손을 들어줬다. 패소한 일본 기업 중 미쓰비시는 총 5억여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이 나왔지만 회사 측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법 판결 이후 대전 지방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압류해 달라'는 원고 측 신청을 받아들였으며, 올해 3월 미쓰비시의 한국 내 상표권과 특표권 등 총 8억원에 달하는 자산 압류 결정을 내렸다.

우리 정부 측은 양국 간 합의(협정)에도 불구하고 강제 징용자 개인이 상대 회사에 갖는 민사적 권리는 남아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란 점, 또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일본 측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그동안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때 맺은 한일청구권협정 등을 근거로 한국의 법원 판결이 "국제질서를 뒤집는 것"이라 반발해왔다.

이날 담화문에서 고노 외무상은 "이 결정(법원의 자산압류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고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결정은 분명히 청구권 협정 제 2조를 위반하고 있으며 일본 기업에 부당한 손해와 비용을 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이번 결정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과 한국이 발전시켜 온 우호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며 "일본은 오래 전부터 국제 사회에서 법치주의를 강조해 왔고 2019년 1월 9일 일본 정부는 국내 상황에 관계 없이 국제법에 따른 약속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념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와 외교 협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징용 피해자들이) 한국 대법원 판단에 따라 일본 기업의 자산에 접근하는 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외교적 협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이에 일본 정부는 2019년 5월20일 한국으로 통지를 보냈고 이 통지에 따라 일본은 중재 절차를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중재위원회가 구성될 수 없었던 것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 대법원 판결뿐만 아니라 후속 판단들에 의해서 이미 야기된 위법에 더해, 이번 중재위 설치를 향한 한국 정부 발걸음의 실패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추가 위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담화문 공개에 앞서 고노 외무상은 남관표 주일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한국이 중재위 설치에 응하지 않은 것이 "상당히 아쉽다"고 항의하고,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지 말고 즉각 시정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고노 외상은 한국 측 통역이 남 대사의 발언을 일본어로 설명하던 것을 중단시키고 "한국 측 제안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임을 오래 전에 전했다"며 "그것을 모르는 척 다시 제안하는 것은 지극히 무례하다"고 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남 대사가 지난달 한국 측이 한일 기업이 자금을 출자해 재단을 만들어 징용 피해자에 보상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국 정부의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 측에 구상을 전했다"고 말한 데 따른 반응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노 외무상의 아버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은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위안소가 당시 군 당국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고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관여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왼쪽)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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