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60%가 CB·BW·EB…비난받는 꼼수네트웍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19.07.17 16:05
다산네트웍스가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5G(세대) 이동통신 대표주로 꼽히며 최근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이를 틈타 회사가 대규모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잇따라 발행했다. 오버행(대규모 매물) 이슈가 생기고 기존 주주들의 가치도 침해됐다는 지적이다.

17일 증시에서 다산네트웍스는 전날보다 20.2% 하락한 7490원에 마감했다. 1개월 전 기록한 1만1850원(장중고가) 보다 36% 내린 수준이다.

주가하락은 회사가 최근 발행을 결정한 310억원 규모의 BW가 기존 주주들의 권익을 크게 침해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CB나 BW는 일반적인 주식회사의 자금조달 방편 중 하나다. 유상증자에 비해 주가하락이 크지 않으면서도 손쉽게 투자자들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곤 한다. 그러나 다산네트웍스는 "정도가 지나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금 사정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CB, EB(교환사채), BW를 쉬지 않고 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다산네트워크의 자본총계는 1808억원에 달하고 자금 상황도 나쁘지 않다. 유동자산(2669억원)은 유동부채(1663억원)를 1000억원 가량 넘어서고 보유하고 있는 현금도 492억원 가량 쌓여있다. 여기에 이번 BW가 더해지면 보유현금이 800억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주식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 커진다. 이번 BW를 포함해 다산네트웍스의 CB, EB로 발행됐거나 발행예정인 주식은 전체 발행주식의 60%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막대하다.

대부분 물량은 대주주와 연관돼 있는데 전환·발행가가 기존 일반 투자자들의 매입가보다 크게 낮다. 이 물량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주가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2016년 9월부터 주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CB는 올해 5월까지 1037만주 가량이다. 여기에 전환대기 물량이 212만주 남았고 EB물량도 147만주 정도가 있다. 발행하기로 결정한 310억원의 BW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최저 316만주가 더해지는데 물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

CB, BW, EB에서 주식으로 변환(예정포함)되는 주식만 1714만주에 달한다. 이것만 계산해도 5월 현재 발행주식(3034만주)의 56%가 넘는다. 기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회사의 자금 운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관적이다. 1개월 전 다산네트웍스에 '매수의견, 목표주가 1만5000원'을 제시했던 하나금융투자는 '중립의견, 목표주가 1만원'으로 투자의견을 하향해 사실상 매도를 권고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다산네트웍스는 미국 DZS 및 유럽 키마일 실적개선에 2020년부터 5G IoT를 대비한 초저지연 스위치 매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무분별한 BW, CB 발행으로 기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산네트웍스 시가총액은 최근 2년 동안 2.5배 증가했으나 주가 상승률은 80%로 이에 훨씬 못 미친다"며 "시가총액 증가의 상당 부분은 CB, BW, EB 발행에 따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영진들이 현재와 같은 자금 조달 스탠스를 지속한다면 기존 투자가들은 얻을 것이 없다"며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주가상승은 제한될 것이며 주식을 매수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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