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강남 아파트와 글로벌 유동성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2019.07.18 04:30
언젠가부터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온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되고 주택정책의 핵심이 되었다. 안정세를 보이던 강남 아파트 시장의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본격적인 가격 상승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확산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강남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은 이제 신념이 됐다. 정책의 내용을 불문하고 어떻게든 상승으로 전환할 밖에 없다는 논리가 인터넷 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익숙한 모습이다.
 
주택가격은 ‘수요-공급’과 더불어 ‘유동성’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주택은 일반 가계가 구입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재화이므로 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기관을 통해 제공되는 대출은 유동성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과거 유동성은 국가단위로, 국가가 정해놓은 범주 안에서 좁게 움직였지만 이제는 전 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진행되는 유동성 확대는 전 세계 주요 국가 및 부동산 가격을 동조화시키고 있다.
 
한 나라에서 벌어진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다른 국가의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캐나다 밴쿠버의 주택가격 상승은 캐나다 특정 지역의 상승에 그치지 않고 스페인, 영국, 미국, 호주 등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부동산 시장은 어떠한가. 미국의 주택가격 실질지수는 2014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 마이너스에 진입한 상태다. 최근 20년간 이 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우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그리고 유럽연합(EU)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2차례였고, 현재 세 번째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다. 전 세계에서 투자자가 몰리면서 끝없이 상승하던 맨해튼의 주택가격도 2018년 하반기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호주는 2017년 하반기부터, 캐나다 역시 2018년 초부터 주택가격지수들이 하락세를 이어간다. 전 세계 부동산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하락세는 시차를 두고 다른 국가로 확산할 것이다.

 
금융시장을 살펴보면 2008년 이후 일상화한 저금리와 양적완화 기조로 가계와 기업부문에 막대한 부채가 쌓인다. 미국의 경우 BBB등급 회사채 규모가 1조달러 이상으로 급팽창했고 자동차 구매대금 연체율은 2009년 수준에 이르렀다. 겉으로는 낮은 실업률과 견실한 성장률을 보이지만 그 내면은 증가하는 부채와 피로감 누적으로 인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EU는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마이너스 금리 회사채 규모가 폭증했다. 중국 역시 다양한 경기부양정책을 시행하지만 오피스 건축물 공실률이 베이징 11.5%, 상하이 18%를 기록할 정도로 맥을 추지 못한다. 10년 넘게 진행된 주요국가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양적완화정책은 막대한 부채를 쌓아올렸지만 경기의회복은 일시적이었으며 기대한 경제구조 개선 및 생산성의 근본적 변화 역시 나타나지 않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해외로부터의 유동성 공급, 그리고 국제적 거시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대외개방성이 확대될수록 외부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30년간 형성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이 흔들리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 자유무역의 원칙들이 위협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 부동산 불패론을 외치기에는 우리의 발밑과 주변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비상벨을 울릴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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