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 날입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생활화합시다. 불쾌감을 유발하는 언어를 쓰지 맙시다. 서로 물건을 던지는 폭력적인 행동도 하지 맙시다. 업무와 관련없는 사적인 지시는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의도적인 따돌림, 회식 중 술 강권도 하지 맙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 시행 첫날인 16일 오전, 한 대기업 HR(인사)팀이 임직원에게 보낸 전체발송 이메일 내용이다.
이 기업에 다니는 A씨는 "이메일 내용이 꽤 구체적인 것 같지만,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업무와 관련없는 사적인' 등의 내용이 모호하다"면서 "금액이 3·5·10만원으로 정해졌던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초기보다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 날, 기업들은 혼란과 조심스러움을 동시에 느끼는 분위기다. 법 시행에 따라 각 기업에 만연한 따돌림, 막말, 강제 회식 등 문화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례가 없어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는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B씨는 "1호 위반사례 등 구체적인 사례가 나와야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동안 아무 말도 못하던 불편부당한 일을 신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C 부장은 "일단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면서 "부서 직원들이 정상적인 업무지시까지 '직위를 이용한 괴롭힘'이라고 주장할까 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한 시중은행은 지난 9일 '성희롱 및 직장내 괴롭힘 예방지침' 개정 사실을 통보했다. 이 은행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내용이 발효됨에 따라 기존 '성희롱 예방지침'을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예방지침'으로 개정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이 은행은 지난 12일 사내방송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하면서 부서장과 부서직원 전원이 참석하도록 했다. 피해상담 접수 창구도 따로 만들었다.
대기업들도 취업 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내용을 반영하고 교육에 나섰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 조치를 마쳤다. 공통적으로 취업 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내용을 반영했으며, 법 위반시 처리 과정도 마련했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LG전자 등은 뉴스레터, 공문을 통해 법 시행을 알리고 직장내 괴롭힘 개념을 비롯해 국내 실태와 사례, 대처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SK그룹은 익명 상담·신고 채널 등도 운영하고 있다. 가령 SK하이닉스는 사내 상담 및 신고채널을 신설했다. SK텔레콤은 고충처리담당자를 지정했고 SK이노베이션은 상담채널(하모니아) 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설 것 △그 행위가 노동자한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