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시작 이후 일본 경제계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 재계 인사가 비판 의견을 내 눈길을 끈다.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한국의 경제력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다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 전 한국후지제록스 회장은 15일 게재된 교도통신 그룹 경제지 NNA와 인터뷰에서 이번 규제 조치가 "전략적으로 봐도 효과적일지 의문"이라면서 일본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제징용 소송, 초계기 갈등 문제 관련한 한국정부의 태도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서 이해는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경제인으로서 4가지 이유에서 수출규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카스기 전 회장이 든 4가지는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을 주장한 직후 조치를 내놔 '국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는 점, △또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여서 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주고 △이러한 대형 고객에 수출을 어렵게 해 일본기업도 피해를 본다는 점, △끝으로 한국기업이 수입처 다양화, 국산화로 결국 일본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다.
한국의 반발이 세다는 기자의 말에 다카스기 전 회장은 한국에 대한 일본 내 잘못된 선입견을 꼬집었다. 경제력이 급격히 성장했지만 여전히 "한국은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번 규제도 '어때 힘들지?'라는 식으로 한국을 낮춰보고 한 것이라면 반발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근 우익언론 산케이신문이 칼럼을 통해 "한국의 성장에 일본이 기여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여기 담긴 시각은 다카스기 전 회장이 지적한 내용과 서로 통한다.
한편 다카스기 전 회장은 양국 정부의 갈등을 푸는 데 민간교류가 실마리를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2005년 시작된 한일 문화교류 행사인 '한일축제한마당'을 이끌어왔고, 한일문화산업교류협회 명예회장도 맡고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2014년 한일축제한마당에서 당시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 "우연히 만나" 대화를 가진 후 양국 관계가 진전된 것을 사례로 들며, "축제일 뿐이지만, 그래도 축제다"라고 민간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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