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진출 27년 '신한은행의 매직'...베트남 리딩뱅크 도전장

머니투데이 호치민(베트남)=권화순  | 2019.07.16 05:41

[2019 금융강국코리아-신한은행①]신한베트남은행 외국계은행 1위.. 현지자산 비중 70%·5개 계열사 시너지도

베트남 탄손누트 국제공항 입국장에 설치된 신한베트남은행 광고간판.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 감독과 콩푸엉 베트남 축구대표 선수가 손을 잡고 웃고 있는 있다. / 사진=권화순


#. 베트남 호치민 국제공항 탄손누트 공항.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입국심사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국장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영문자로 ‘신한은행’ 광고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 감독과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쯔엉 선수가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장면을 담았다. 광고에서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법인 ‘신한베트남은행’의 자긍심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박 감독이 ‘박항서 매직’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듯, 신한은행도 베트남에서 ‘신화’를 쓰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국내 은행 중 가장 성공한 해외진출 사례로 꼽힌다. 신한은행 해외법인이나 지점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을 뿐 아니라 베트남 진출 외국계 은행 중 점포수가 가장 많다. 인구 1억명에 연간 경제성장률 6% 이상을 기록하면서도 은행계좌 개설 비율은 30% 밖에 안되는 ‘기회의 땅’ 베트남. 신한베트남은행의 꿈은 베트남 현지 은행을 제치고 베트남 ‘리딩뱅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도 차근차근 현실화시켜가고 있다.


◇현지진출 27년 역사, ‘신한의 매직’=2018년 말 기준 신한베트남은행 영업점 숫자는 총 30개다. 외국계은행(현지법인 기준) 11곳 중에서 가장 많은 채널을 확보했다. 국내에선 영업점 개설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베트남은 다르다. 점포 한 곳을 낼 때마다 금융당국의 깐깐한 승인심사를 받아야 한다. 많은 채널을 갖고 있다면 그 만큼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17년 ANZ은행 리테일부문을 인수해 한꺼번에 8개 지점을 더 늘리면서 한 단계 도약했다. 지난해엔 4개 지점을 추가로 열어 호치민 18개, 하노이 12개 등 총 30개 지점을 뒀다. 올해는 중부지역 다낭을 포함해 6개 지점을 개설한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베트남은행의 당기순이익은 7200만달러, 총자산은 37억달러였다. 2011년 이후 7년여 만에 이익은 3배, 총자산은 4배 이상 급증했다. 2011년은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비나은행이 베트남 금융회사 최초로 인수·합병(M&A)을 한 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한국계 은행 최초로 1993년 베트남 사무소를 설립했다. 역시 한국계 은행 중 처음으로 2009년 현지법인으로 전환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신한은행 해외점포 순익의 34%를 벌어 들였다. ‘해외진출에 가장 성공한 은행’으로 평가받는 신한은행의 ‘효자법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현지화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신동민 신한베트남 법인장은 “현지의 한국 기업고객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현지 기업과 고객 비중을 늘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베트남 현지 통화 자산 비중은 2013년 30% 수준에서 현재 70%까지 높아졌다. 베트남 현지인 거래 고객은 130만명에 달한다.

베트남에서도 신한금융그룹의 ‘원(ONE)신한 전략’이 통했다. 신 법인장은 “한국에서 ‘원신한’ 계열사 협력체제를 구축했듯이 베트남에서도 은행, 카드, 금융투자 등 5개 계열사가 협업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신한카드가 푸르덴셜 파이낸사 지분 100%를 인수했고 앞으로 ‘중금리’ 대출은 은행이, ‘고금리’ 대출은 신한카드가 나눠 맡는 방식으로 베트남 신용대출 시장을 공략한다.

신한베트남은행 영업점 외관. ATM기에서 베트남 현지 고객이 거래를 하고 있다. / 사진=권화순

◇인터넷 건너뛰고 모바일결제로..디지털 ‘빅뱅’=신한베트남은행은 최근 ‘디지털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 시장 못지 않게 베트남 시장도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중이서다. 국내에선 인터넷 기반의 금융거래가 성숙한 뒤 모바일 금융으로 넘어갔지만,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베트남은 곧바로 모바일 결제시장으로 옮겨 가는 중이다.


일례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베트남에서는 ‘동남아판 우버’인 ‘그랩’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택시호출 뿐 아니라 베트남 대표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도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그랩으로 불러 이용한다. 현지인들은 음식배달을 시킬 때도 그랩을 주로 쓴다. 국내에선 낯설지만 베트남 농촌에선 오토바이 판매점의 포스단말기를 통해 이체·송금 서비스가 이뤄진다. 도시의 편의점 단말기를 통한 충전식 간편결제도 널리 퍼졌다.

송현우 신한베트남은행 부장은 “베트남 정부가 ‘현금 없는사회(cashless society )’를 정책적으로 밀고 있는 만큼 결제기반만 제대로 구축되면 간편결제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편의점, 구멍가게에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자지갑 서비스와 접목해 금융의 시너지를 내려한다”고 말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판 ‘카카오톡’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 ‘잘로’와 제휴해 신용카드 발급과 신용대출을 영업을 하고 있다. 또 베트남 대표 전자 지갑업체인 모모, VN페이, 페이유 등과 손잡고 전자지갑 대출, 공과금 송금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베트남 인구의 평균 연령이 30대로 모바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금융상품을 출시해 은행거래 고객을 꾸준히 늘린다는 전략이다.


◇베트남 ’리딩뱅크‘에 도전한다=금융회사가 베트남에서 성공하려면 철저한 현지화가 이뤄져야 한다. 베트남 진출 27년 ‘맞형’ 신한베트남법인은 현지화 성공의 관건을 ‘사람’으로 본다. 신 법인장은 “외국계 은행에 대한 반감이 없지 않아 불우이웃돕기, 장학금 전달, 학교건물 짓기 등 각종 사회공헌활동(CSR)에 힘을 쏟고 있다”며 “특히 신한금융그룹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신한퓨쳐스랩’을 베트남에서도 운영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의 우수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공유 사무실을 지원하고 일부 기업은 한국의 신한퓨쳐스와 연계해 주고 있다. 1기 5개, 2기 6개를 합쳐 총 11개 기업이 최종 선발돼 지원을 받았다. 이들 업체 가운데는 인사관리·주차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베트남 시장에서 매출을 내고 있는 곳도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미 ‘2020 스마트 프로젝트’에 따라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이 되겠다고 선언했었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 고객 위주의 영업과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 구축, 퓨쳐스랩을 통한 베트남 스타트업 육성 등을 발판으로 베트남 리딩뱅크에 도전하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