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제1과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권혜민 기자 | 2019.07.26 04:00

[에너지 시프트, Newclear 시대-⑥]36년 정책표류에 임시시설 90% 포화… 文정부 재검토위 공론화로 돌파구 마련

편집자주 | 2017년 6월19일 0시. 국내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1호기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말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이 원자력(Nuclear)에서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Newclear)로 40년 만에 첫 전환한 순간이다. 눈 앞에 다가온 'Newclear 에너지 시대' 과제를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본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제1과제’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연소하고 남은 폐연료봉을 한다. 이를 안전하게 처분하는 것은 원전을 단 1기라도 가동하는 국가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원전을 가동할 때 사용후핵연료가 필수적으로 발생하는데 이 사용후핵연료를 계속해서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36년째 정치·사회적 갈등에 밀려 논의가 표류하면서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고리·새울·월성·한빛·한울 5개 원자력본부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47만4121다발이다. 각 원전 건물 안에 있는 습식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것이 15만9721다발, 월성 원전 부지 안에 건식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것이 31만4400다발이다. 저장시설 포화율은 습식이 80.4%, 건식의 경우 95.27%에 달한다.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열을 식히고 방사능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붕산수가 담긴 습식저장시설에 최소 5년간 담아 임시로 보관한다.

냉각·차폐가 끝난 사용후핵연료는 중간저장시설로 옮겨 40~50년간 보관한다. 방사능이 강한 핵종일수록 반감기(방사성물질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가 짧은데 이 기간동안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의 반감기가 지난다. 일반적으로 40년 간의 중간저장이 끝나면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독성 방사선 배출량은 처음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마지막은 최종처분이다. 국제적으로 장기간 부식과 압력에 버틸 수 있는 전용처분용기에 사용후핵연료를 넣어 지하 300~1000m 깊이의 심지층에 매립해 보관하는 심지층처분방식이 경제성과 안전성 모두 가장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용후핵연료가 내뿜는 방사능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까지 떨어질 때까지 약 10만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영구처분으로도 불린다.

한국은 아직 임시저장 단계에 머물고 있다. 천연우라늄 연료를 사용해 핵연료 교체 주기가 짧은(사용후핵연료 배출이 많은) 중수로인 월성 원전의 경우 발전소 안에 콘크리트로 지은 캐니스터와 맥스터가 운영 중이지만 이 역시 임시저장시설이고 포화가 임박했다.


정부는 1983년부터 10차례 이상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마련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핵쓰레기’라는 네거티브 프레임에 갇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논의 자체를 외면하면서 국내 최장기 미해결 국책사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원전을 가동 중이거나 가동했던 국가는 31개인데 이 중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9개국에 불과하다.


문재인정부가 지난 5월 출범시킨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립적 전문가로 구성된 재검토위는 원전 지역 주민과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정책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재검토위원회는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세부 계획을 마련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원자력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의 첫 걸을 내딛은 문재인정부야 말로 정치적 이해를 벗어나 사회적 대합의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여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인식도 반영됐다.

이와 관련, 정정화 재검토위 위원장(강원대 공공핵정학 교수)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재검토위가 국민과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소통창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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