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동 해역에서 이란의 위협에 대처하고 안전한 항행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호위에 대한 연합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 측에도 연합체 참여를 요청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 외교·군당국은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의 특성상 비공식 루트로는 협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동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요충지다. 이란은 미국의 원유 수입 금지 조치 등 경제 제재에 맞서 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
실제로 지난 5월과 6월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민간 유조선이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미국 글로벌 호크 무인기가 격추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일련의 사건 이후 해협 호위를 위한 연합체를 만들자는 미국의 제안이 탄력을 받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은 9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할 연합체를 구성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던포드 의장은 앞으로 몇 주 내로 연합군의 취지를 지지할 수 있는 국가를 가려낸 뒤 구체적으로 어떤 군사적 역량을 지원해줄 것인지 해당국 군과 직접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연합체 참여 합법성 검토…한국은?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이 요청한 연합호위 참가 여부 및 참가했을 경우에 대한 법리적인 합법성의 검토를 시작했다. 노가미 고타로 관방부 부장관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해 안전 확보는 일본의 에너지 안보에도 중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미국은 지휘함을 보내고 다른 참가국들이 경비정을 투입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연합체의 주요 임무는 참가국들의 상업 선박을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연합체 구성이 이란과 군사적 갈등을 보다 격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이란과 전통적인 우방 관계를 맺고 있어 연합체 참여를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아직 미측의 공식요청이 없었으며 요청이 오면 이를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연합체 구성에 참여할지 여부에 "정부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며 "항행의 자유, 그리고 자유로운 교역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미국 측의 제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방금 말씀드린 입장과 관련해 미측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 경로를 통해 요청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요청이 들어온다면 관계부처 합동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미측으로부터 받은 공식 요청은 아직 없다”며 “상황을 좀 더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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