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보면 "이, 상해요"…치아 영상판독, 전문의에게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9.07.11 18:17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24>원격판독]①치과환자 1000명중 3명꼴 심각

편집자주 |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첫 번째로 네트워크 치과 플랫폼 전문기업 ‘메디파트너’와 함께 발생 빈도는 높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 부담이 큰 치과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한 치과에서 아래턱 왼쪽 어금니를 발치한 A씨(30대 후반)는 발치한 자리의 상처가 잘 낫지 않자 올해 3월 수지예치과로 옮겼다. 파노라마영상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고 해서 CT(컴퓨터단층촬영)도 찍었다. 수지예치과는 영상치의학 전문의의 원격판독이 되는 곳이어서 다음날 진단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판독결과는 골수염이었다. A씨는 바로 대형병원으로 옮겼다.

#비교적 치아관리를 잘해온 B씨(50)는 치주질환이 의심돼 지난해 11월 치과에 갔다가 찍힌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왼쪽 아래턱에 누가 봐도 이상한 게 관찰돼서다. 치과 원장도 종양 같다며 서둘러 대학병원에 가볼 것을 권했다. 하지만 서울대치과병원의 영상판독 결과는 종양이 아니라 ‘하악골 설측 함요’였다. 단순히 뼈가 채워지지 않은 결손 부위였다.

사례1. 골수염환자의 영상/사진제공=메디파트너치과
사례2. 하악골 설측 함요 환자의 영상/사진제공=서울대치과병원


치아가 상하거나 치주질환이 생기면 통상 치과에서 치료 전 파노라마영상을 찍는다. 이 영상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아픈 증상이 없어 자각하지 못할 뿐 염증이 커지고 있거나 종양이 자라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일반인은 물론 치과의사들도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치주질환처럼 흔한 증상은 아닌 데다 영상판독은 또 다른 전문분야이기 때문이다. 심각한 수술들을 매일 접하는 대학치과병원에서도 영상판독은 전문의에게 맡긴다.

11일 치과업계에 따르면 개원한 일반 치과병·의원(이하 치과)에서 촬영한 파노라마 또는 CT 영상을 원격으로 판독해주는 곳은 국내에 메디파트너치과와 현재 시범서비스 중인 연세혁치과 2곳뿐이다.

2018년 10월부터 메디파트너치과 영상센터는 전국 12개 치과를 대상으로 원격판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6월30일까지 9개월간 12개 치과에서 메디파트너치과 영상센터로 보내온 환자의 영상은 총 2만1948건. 이중 이상 소견이 나온 건 4.02%인 882건으로 집계됐다. 정기적인 구강검진이 필요한 수준이거나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나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한 레벨2의 진단은 814건으로 전체의 3.71%, 상급병원으로 협진의뢰를 해야 하는 레벨3의 진단은 68건으로 전체의 0.31%였다.

이는 치과환자 1000명 중 3명은 물혹이나 양성종양, 골수염, 상악동염, 타석 등의 심각한 질환이 있는데도 대부분 인지하지 못해 병을 키운다는 얘기다. A씨처럼 원격판독으로 조기진단이 된 경우, 수술범위가 커지지 않지만 진단이 늦어져 염증이 확산될 경우 턱은 물론 얼굴뼈의 상당부분을 잃게 된다.

메디파트너치과 영상센터에서 원격판독하는 모습 /사진제공=메디파트너치과
정호걸 메디파트너치과 영상센터장(전 연세대치과대학병원 영상치의학과 임상교수)은 “치과에서 파노라마와 CT를 촬영하면 영상센터로 바로 전송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일평균 150개 정도의 영상을 판독한 후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다음날 알려준다”고 말했다.

전문의의 원격판독은 환자의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의료비 경감에도 도움이 된다. B씨처럼 파노라마영상에서는 종양이나 물혹으로 오인될 수 있는 레벨2의 진단도 나오기 때문이다.


허경회 서울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는 “사진상 물혹이나 양성종양 등의 특징적인 소견이 보여 동네치과에서 리퍼(refer·협진의뢰)해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다”며 “상악동이 크게 보이거나 선천적으로 뼈가 결손된 경우인데 영상치의학 전문가는 이런 경우 치아뿌리를 둘러싼 하얀 치조백선을 같이 보면서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메디파트너치과 영상센터에 따르면 선천적인 뼈의 결손 부위가 물혹처럼 보이는 ‘스타프네’(Stafne’s cyst)는 0.05%(11건), 뼈의 석회화가 심해 나타나는 골경화증 또는 골형성이상이 0.61%(134건) 등이다. 정 센터장은 “이러한 이상 소견들은 상급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며 “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도 이상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영상판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치과업계에서는 정부가 시행하는 구강검진 항목에 영상검사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구강암 등 치과질환을 조기 예방하기 위해 생애 최소 두 번은 필요하다는 것. 정부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영상검사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연중기획-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는 코스피상장사 메디파트너생명공학의 모회사인 메디파트너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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