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반도체, 볕들 구멍은 있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 2019.07.10 12:08

[오늘의 포인트]日 정부 '민간용' 수출 허용 가능성 보도…낸드 가격 인상·공급량 축소 가능성도 여전

먹구름 꼈던 반도체 업종에 한 줄기 빛이 비칠 조짐이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강화한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해 '민간용'으로는 계속 수출을 허가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10일 오전 11시55분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850원(1.88%) 오른 4만5950원을 나타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700원(3.87%) 뛴 7만2500원을 기록 중이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 1,2위가 오르면서 코스피 지수도 사흘만에 반등해 2060선을 회복했다.

반도체 빅2의 상승 배경에는 일본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 조짐, 반도체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자리한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이 무기 수출통제와 관련한 '바세나르 협약(the Wassenaar Arrangement)'의 서한을 따른 것이며, 이 서한은 수출제한이 특정 국가를 목표로 하거나 '선량한 의도'의 민간 거래를 방해하는 데 사용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기존 수출 규제 3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도 '민간용'이라면 수출을 계속 허가한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불화수소(에칭가스)의 북한 반출 의혹을 제기하는 등 이번 수출 규제가 안보상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지속 강조해왔다. 보도가 현실화된다면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우려는 대부분 걷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낸드 가격 인상, 감산 기대감까지 커졌다. 전날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낸드 가격을 1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마이크론 등 동종업체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달부터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도 이어졌다. 낸드를 감산한다면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생산량이 축소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물론, 누적된 재고를 소진할 수도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 기대로 간밤 미국 시장에서 마이크론도 강세를 보였다"며 "과점적 사업자가 감산할 경우 시장 가격이 큰 폭 상승하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에 대해 일단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현실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모든 낸드 업체들이 적자에 진입한 상황에서 일본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감산이 불가피하고, 반도체 가격 역시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감산을 발표했고 도시바 역시 정전 사태로 인한 비자발적 감산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수출 절차 규제 영향으로 감산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의 문의가 늘고 있고 메모리 가격이 변화할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발 수출규제 불확실성만 걷힌다면 반도체 업황 회복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3분기는 전통적으로 반도체 성수기다. 마이크론이 지난 3분기(3~5월) 깜짝 실적을 낸데 이어, 지난 주 삼성전자 역시 개선된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섣부른 기대감을 자제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나온다. 한일 무역분쟁 관련 주요 이벤트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먼저 오는 12일 한일 양국은 도쿄에서 한일 당국자 협의를 갖는다. 이후에는 강제징용 문제 관련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시한(18일), 일본 참의원 선거(21일)이 남아있다.

우리 정부는 외교 및 통상 투트랙으로 협상을 진행할 방침인데, 진전이 없다면 오는 8월14일 일본이 한국을 안보우방국을 의미하는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태 장기화로 한국이 '화이트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천여 개 이상의 항목이 '개별 수출 허가'로 전환되면서 여러 산업에 걸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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